코로나19 시기 OTT와 함께 성장…영화 등 원천 콘텐츠로 활용돼
전문가들 "웹툰 산업 내 불공정 계약ㆍ저작권 분쟁 해결 급선무"
웹툰 산업 매출액 규모가 역대 최대인 1조8000억 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이후 웹툰 산업은 OTT 산업과 함께 급성장했다. 웹툰이 영화ㆍ드라마 제작의 원천 콘텐츠로 활용되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실시한 '2023 웹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웹툰 산업 매출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8290억 원을 기록했다. 실태 조사를 시작한 이래 5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웹툰 산업 매출액은 6400억 원에 불과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비대면 문화 중 하나인 웹툰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 2020년 웹툰 산업 매출액은 1조538억 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 원 넘었다. 전년 대비 64.6%(4138억 원)나 증가한 셈이다.
우리나라 웹툰 업계 종사자 수는 사업체별 평균 46.7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0인 이상 업체 비율이 2.7%포인트(p) 상승했다. 전체 종사자의 정규직 남성 직원 비율은 34.8%, 여성은 50.6%로 여성 직원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웹툰 산업이 발전하면서 우리나라 웹툰 플랫폼, 제작사 등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웹툰 업계가 가장 원하는 지원은 '통역 및 번역 지원'으로 53.9%를 차지했다. 이어 '해외 바이어/유통사와의 네트워크 구축' 46.7%, '해외시장 조사 및 시장정보 제공' 41.8%, '해외 마케팅 전문 인력 양성 및 지원' 38.2%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불법 복제 사이트 규제'가 7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외부 자금 및 투자 유치 지원' 30.9%, '신규 작가·PD 등 산업 내 전문 인력 공급을 위한 양성 제도 마련' 20.0% 순으로 조사됐다.
웹툰 산업이 이처럼 급성장한 데에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게 주요 원인이다. 자가격리 등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웹툰을 포함해 웹소설, 게임, OTT 시장은 상대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또 웹툰이 영화ㆍ드라마 제작의 원천 콘텐츠로서 인기 있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유희 웹툰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웹툰이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서 성공을 담보하고 있는 이유는 웹툰의 탄탄한 서사와 새로운 상상력,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중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2023년에도 강세였다. 넷플릭스에서 '마스크걸'이나 'DP2',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등이 있고,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과 '비질란테'와 같은 작품이 글로벌 OTT에서 제작돼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한국의 매체전환 전략에 관한 노하우가 집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웹툰이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OTT 플랫폼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
한 평론가는 "영상화된 작품을 통해서 원작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원작이 연재된 플랫폼을 통해 타 웹툰도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웹툰으로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웹툰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불공정 계약 등 저작권 관련 문제 해결을 꼽았다. 특히 지난해 출판사와의 저작권 분쟁 과정 중 만화 '검정고무신'의 원작자 이우영 씨가 사망하면서 이 같은 논의는 더욱 급물살을 탔다. 창작자를 옥죄는 저작권 분쟁을 정부가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웹툰 산업 내의 2차적 저작물 사업화 권리는 대형 플랫폼이 대체로 소유하는 형태로 돼있어 현재의 계약 관행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평론가 역시 "특히 카카오 같은 경우 웹소설 공모전에서 작가들에게 2차 저작권 독점 계약을 요구하며 문제가 됐다. 최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표준 계약서를 만들었으나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네이버 웹툰에서만 400개가 넘는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가의 계약 조건은 점차 열악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작가가 플랫폼과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닌 웹툰 콘텐츠 제작사(CP)를 거치면서 작가의 수익이 줄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