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가운데 교육정책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관련 국정과제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데다 교육부 장관 적임자를 구하지 못하면서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 110개 가운데 교육부 과제는 5개에 불과하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방향성도 모호하다.
입시 비리 조사 전담 부서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불거졌던 고위 공직자 자녀 입시 비리 논란, 현 내각 후보자 중 불거진 입시비리 논란 등을 의식한 여론용 정책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입시비리를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전수조사가 가능한 것인지 등을 따져보면 실효성이 낮은 상징적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관련해선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교육 정책 추진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가교육위는 교육과정 개정과 대입 정책 등 이전까지 교육부가 맡아 온 굵직한 업무들을 수행하게 된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교육부와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하지만 국정과제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국가교육위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정과제 중에 눈에 띄는 건 인공지능(AI) 활용을 적극 강조한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또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관련해서 살펴보면 정부는 초·중등교육 현장에서 소프트웨어(SW)·AI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교육 수업을 늘리고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 AI 기반 학력진단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반면, 과밀학급 해소나 정규수업 내실화 등 이를 실현할 구체적 내용은 빈약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기승전 AI’ 방안이 우리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산적한 교육계 현안에도 불구하고 9일 부로 교육수장이 공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교육부 장관 후임 인선에 대한 장고에 들어갔다. 후임자로는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와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헌영 강원대 총장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제3의 인물’도 물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차관에는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교육계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장 차관 내정이 사실상 교육부를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교육부에 부정적인 윤석열 정부 인식이 이번 차관인사에 그대로 투영됐다고 봐서다.
한편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새로운 각도에서 (교육부 장관 등) 어떤 분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교육의 다양성, 자율성이 극대화돼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이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