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품 브랜드 코치가 이달 31일(현지시간)부터 지주회사명을 ‘태피스트리(Tapestry)’로 변경한다. 회사 몸집이 커지면서 여러 브랜드를 아우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1941년 뉴욕의 조그마한 가죽 공방에서 출발한 코치는 이후 핸드백을 포함해 신발,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명실공히 명품 브랜드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코치는 2015년 명품 신발 브랜드 ‘스튜어트 와이츠먼’을 5억6400만 달러(약 6401억4000만 원)에 인수했는데 그전까지는 다른 업체를 인수한 전력이 없다.
지난 7월에는 경쟁업체인 ‘케이트 스페이드’를 24억 달러에 인수했다. 스튜어트 와이츠먼을 인수할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인수를 감행하면서 코치는 고객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코치는 1980~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잡고자 고심했었다. 케이트 스페이드는 주 고객이 코치보다 더 젊은 층으로 규모는 작지만 실속 있는 의류, 신발 라인업을 자랑한다.
대규모 인수로 그 어느 때보다 몸집을 불린 코치는 산하의 여러 브랜드를 아우르고자 사명을 ‘태피스트리’로 바꾸기로 했다. 태피스트리는 여러 색실을 짜서 만든 직물을 말하는데, 코치에는 폭넓은 고객층에 따뜻하고 친근하게 다가서겠다는 이미지를 풍긴다. 이 같은 사명 변경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회사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 등을 거느린 케링그룹을 본뜬 것이다. LVMH는 루이뷔통뿐 아니라 지방시, 셀린느 등을 갖고 있고, 케링그룹은 구찌 외에 발렌시아가, 생로랑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유명 브랜드를 거느리면서 세계적인 명품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사명 변경에 따라 증시 종목코드(티커)도 ‘COH’에서 ‘TPR’로 바뀐다. 새 웹사이트 ‘태피스트리닷컴’은 이미 문을 열었다. 다만 코치라는 별도의 브랜드명은 계속 유지된다.
코치의 빅토르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혁신의 갈림길에 서 있다”라며 “태피스트리는 창조성, 장인 정신, 진정성, 포괄성 등을 포함하는 이름”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각 브랜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회사명이 필요했다”고도 말했다. 루이스 CEO는 “우리는 앞으로 성장 전망이 무한함을 시사하는 사명을 원했고 특정 카테고리에 국한한 이름은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사명 변경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23세 아리아나 모쉬리프는 “태피스트리를 떠올리면 대학 기숙사 건물에서나 쓸 법한 단어처럼 느껴진다”고 CNBC가 전했다. 이날 코치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2.83%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