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갑도적(膝甲盜賊)은 문필도적(文筆盜賊)과 뜻이 같은 말이다. 이수광(李睟光·1563~1628)의 지봉유설(芝峯類說) 권십육(卷十六) 어언부(語言部) 해학(諧謔)에 이 말이 나오는데 도둑이 훔친 슬갑의 용도를 몰라 이마에 쓰고 다녔다는 데서 남의 글을 훔쳐다 잘못 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러니까 슬갑은 글 도둑과 무식이 합쳐진 말이다.
지봉유설의 글은 이렇게 돼...
이제 다른 화제로 넘어가면서 마지막으로 슬갑도적(膝甲盜賊) 이야기를 하자. 슬갑은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해 무릎까지 내려오도록 바지 위에 껴입는 옷이다. 말하자면 부자들의 방한복이다. 그런데 가난한 도둑이 슬갑을 훔친 뒤 이걸 어떻게 쓰는지 몰라 머리에 쓰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문장이나 학설을 그대로 따르고 표절하면서도 그 뜻을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