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펀드가 이벤트화 돼선 안된다

입력 2006-09-05 10:56 수정 2006-09-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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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펀드'가 증권가 핫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기업지배구조개선이란 명분으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투자자문과 기업분석을 맡고 미국계 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가 펀드를 운용하는 구조인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 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가 그 주인공이다.

이 펀드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그가 최근 10여년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왜곡된 재벌의 지배구조를 끊임없이 비판해왔다는데서 비롯된 장교수의 진정성. 또하나는 그의 진정성이 '주가차익'이라는 문제로부터 얼마나 자유로 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수익'과 '명분'사이에서 이 펀드가 최종적으로 겨눌 지향점은 어디일까에 쏠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펀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보면 진정성과 수익추구라는 엇갈린 명분보다는 개미투자자들의 '광분'에 가까운 주식 투기형태가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펀드에 대한 시장의 행보를 보자. 지난달 23일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의 지분 5.15%를 경영참가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가 나온 직후부터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대한화섬의 대주주 지분율이 70%가 넘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장하성펀드'를 맹신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전문가들은 장하성 펀드가 선택한 대한화섬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너무 높아 어떤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지배구조개선에 따른 수혜가 오히려 소액투자자들이 아닌 대주주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장하성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0%+1주만 가지면 되는데 뭐가 겁이나서 70%이상 지분을 가지고도 지분을 추가 매입했는지에 대해 오히려 대한화섬 대주주에게 물어봐야한다"며 "우리는 5%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경영권을 흔들거나 적대적 M&A를 한다거나 기업 사냥을 할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장의 관심은 장교수의 진정성을 분석하기 보다는 또 다른 '테마주'를 만났다는 듯 신이 난 얼굴을 짓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오래 지속된 기업들이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자산주들이 각광을 받기도 했다. 투자주체로 보면 개미들만 날뛰고 있고, 정작 기관들은 무덤덤한 표정들이다.

기존에도 SRI펀드는 출시 돼 왔다. 물론 불우이웃돕기 수준에 그쳤지만 그 중에는 환경펀드 등 제법 모양새를 갖춘 상품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상품들이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설사 투자목적이 다른 이들 상품들은 차치하고 라도 '지배구조개선'이라는 공동목표를 지닌 상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땠는가.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으로 500억원 규모를 목표로 만들어진 A투신운용의 '기업가치 향상 장기투자신탁'의 수탁액은 5일 현재 모집규모의 10분의 1에 그쳐있을 뿐이다.

시장의 관심이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이라는 큰 틀보다는 눈 앞의 이익실현에 몰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과거 코스닥시장을 뒤흔들었던 '바이오테마', '연예인테마'와 '장하성펀드'가 별다를게 없다는 시각이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모 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시장 움직임을 보면 지배구조와 관련해 객관적인 사실을 시장에 알리려고 해도 이것이 마치 또 다른 테마주를 만늘 가능성이 너무 커 보여 두려움이 앞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시장이 한탕 해 먹을 수 있는 '이벤트'에 목말라 있는 한, 그 막연한 이벤트의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볼 개미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한, 아무리 명분이 좋은 상품들도 그 진정성을 평가 받긴 어려워 보인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이라는 명분과 수익추구라는 상충된 상황에 놓여 있는 장하성펀드. 그러나 이 펀드의 진짜 어려움은 바로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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