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사 코드읽기] (4)한국 역사 속 최초의 여성, 웅녀(熊女)

입력 2014-08-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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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한국여성사,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한국 역사에 등장하는 첫번째 여성인물은 熊女이다. 웅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민족의 시조로 고조선을 세운 단군을 낳았다. 웅녀와 고조선에 대해서는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실려 있다.

곰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웅녀는 곰을 숭배하며 수렵생활을 하는 선주토착민이었고, 웅녀의 배우자가 되었던 환웅은 새로운 농경문화를 가지고 온 이주민이었다. 웅녀(곰)는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여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21일 동안 동굴 속에서 빛을 보지 않고 견디었다. 여기서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수렵생활을 하는 웅녀족은 농경생활을 하는 환웅족을 통해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관찰한 결과 쑥과 마늘의 효용가치를 알게 되었다. 둘째,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견뎌냈던 것은 일정한 기간을 땅속에서 견디어 낸 후에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농경의 생리를 터득한 것이었다.

▲웅녀의 탄생을 축하하는 수예작품, ‘단군신화’(원광대 소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웅녀가 신이 제시한 조건-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100일 동안 동굴 속에서 빛을 보지 말라는 것-을 견디어 낸 후 사람의 몸을 얻었다는 것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웅녀가 농경생활의 이로움을 알고 이를 영위하는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환웅이 다스리는 농경사회 속으로 예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웅녀는 수렵생활을 버리지 않고 농경생활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주체적으로 터득하여 포용하였다. 이렇게 하여 웅녀족은 농경생활인보다 더욱 풍요로우며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결국 곰토템족의 수렵문화 기반 위에서 환웅족의 선진적이고 안정적인 농경문화를 결합시킴으로써 풍요로운 사회를 성취해 낸 것이다. 더구나 웅녀는 신이 제시한 백일의 기간을 단축하여 21일 만에 목표를 성취하였다. 웅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목표를 성취했는지 보여준다.

단군을 출산한 웅녀, 고조선의 시조모(始祖母)가 돼

사람이 된 다음, 웅녀의 서원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여 출산하는 것이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웅녀는 크고 위태로운 3개의 봉우리가 있는 제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신단수 아래에 여러 번 가서 주술의례를 거행하였다. 환웅은 거짓으로 변하여 즉, ‘가화(假化)’ 하여 웅녀와 결합하였다. 이는 아버지가 불분명한 고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잉태를 원했던 주체가 웅녀였으며, 드디어 잉태를 하고 단군을 출산한 주체도 웅녀였다는 것이다. 이로써 웅녀는 단군의 어머니이자 고조선의 시조모가 되었으며 죽은 후에는 고조선의 국모신 위치에 있게 되었다. 이에 비해 환웅은 단군의 아버지로서 확고한 위치에 있지 않으며 그 역할도 불분명하고 고조선의 국부신(國父神)으로서 숭배 받은 흔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한국의 역사에서 시조모에 대한 숭배의 전통은 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柳花), 백제 시조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召西奴), 신라 시조 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仙桃聖母)로 이어졌다.

고조선은 춘추전국시대에 요하유역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주변의 나라와 짐승 가죽을 특산품으로 교역하였고, 왕을 칭하면서 중국의 연(燕)을 침공할만한 군사력을 가진 강력한 국가였다. 또한, 기원전 2세기까지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앞선 사회였고, 독창적인 청동기문화를 보유했다. 한국 역사 속의 첫 고대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은 지혜로우며 담대하고 치열하게 성실했던 웅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여성에게도 웅녀의 정신은 이어진다.

제3강=여신과 여왕의 시대(강영경, 숙명여대), 자료제공=(사)역사․여성․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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