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문화재 vs 재건축? 77세 최고령 '충정아파트'

입력 2014-08-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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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충정아파트'. 1937년에 지어졌지만, 여전히 주택과 상가로 활용되고 있다.(사진=송형근 기자)

한땐 고급주택으로 불렸던 아파트. 이젠 서울시민의 44%가 거주할 정도로 일상적인 주거형태가 됐죠.

어딜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이 아파트들은 1980년대 말부터 불어온 재개발 열풍 탓에 수명이 상당히 짧습니다. 10년이면 리모델링, 20년이면 재건축 얘기가 오가는 게 일상다반사가 된 지 오래죠.

물론 최근 노후화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증축 관련 규제들이 완화돼 예전보다 수명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만, 아무리 그렇다한들 아파트의 평균 수명은 27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짧은 수명을 가진 아파트들 가운데서 무려 7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1930년 한국 최초의 아파트로 기록된 미쿠니아파트와도 비견할 만한 역사를 자랑하는 '충정아파트'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서울 한복판 충정로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충정아파트'는 지금은 초고층 빌딩 사이에서 한없이 작아보입니다. 그러나 1937년 지어진 '충정아파트'는 건축 당시엔 최첨단 주상복합 건물로 찬사를 받았답니다. 복층 건물을 찾기 힘들던 일제시대, 전체 면적 3550㎡,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모두 6층 규모로 50세대가 거주할 수 있도록 지어진 '충정아파트'는 혁신 중에 혁신이었다죠.

놀라운 건 '충정아파트'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활력이 넘친다는 겁니다. 내부에는 약 40여세대가 거주하고, 건물 1층의 상점가에는 식당, 편의점, 옷가게 등 7개 상점이 입점해있죠. 바로 앞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어 오가는 사람도 굉장히 많구요. 부동산 매매등록도 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답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드실겁니다. 서울 한복판 충정로역 근처, 초고층 빌딩들 사이에 있는 건물이 어떻게 77년동안 건축 당시의 외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걸까 하고요.

물론 '충정아파트'도 많은 재개발 얘기가 오갔답니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주민들과 서울시 간에 개발 논의가 있었지만, 서울시는 문화재 지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거주민들은 재건축을 요구하면서 매번 논의가 불발됐다는군요.

사실 서울시의 주장처럼 '충정아파트'는 오랜 역사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건물입니다. 특히 건물 내부 중앙에 있는 '중정식 정원'이 보전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요.

▲'충정아파트'의 내부는 현대 아파트와 달리 '중정식 정원' 형태로 구성됐다.(사진=송형근 기자)

중정식 정원은 건물 중앙에 정원 공간을 확보하고 주변부에 방과 복도를 배치하는 양식입니다. '충정아파트'에서는 1층부터 5층 꼭대기까지 빈 공간이 이어져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 정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일반적인 아파트의 복도식과 중앙통로식과 다른 구조로 고전 아파트의 특징이라는군요.

'충정아파트'의 변천사를 들으면 서울시의 주장에 더욱 공감이 갈텐데요. '대한민국 주택사'라는 책에 따르면 '충정아파트'는 1937년 건축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는 '도요타 아파트'로, 전쟁 이후에는 미군 소유 '트래머호텔', 1961년에는 박정희 군사정부가 인수해 '코리아관광호텔'로 용도와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1975년에 다시 아파트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렀다는군요.

'충정아파트'의 굴곡진 역사를 본다면 문화재로 지정해야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그리고 군사정권까지 격랑의 시기마다 부침을 겪은 '충정아파트'의 역사가 우리의 근현대사와 꼭 닮았다는 점에서 말이죠.

최근 '충정아파트'를 사이에 둔 서울시와 거주민들의 줄다리기는 서울시 쪽으로 기울었답니다. 서울시는 '미래유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재 예비목록에 '충정아파트'를 선정하고 문화재 지정하는 쪽으로 주민 동의를 받으려고 한다는군요.

결국, '충정아파트'는 문화재로 보전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어쩌면 수년내 아파트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바뀔수도 있겠네요. '충정아파트'를 본다면 꼭, 개발과 재건축만이 낡고 오래된 건물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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