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입력 2014-07-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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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기술의 쓰임새는 사람이 결정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술의 쓰임새는 기술을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이 기술을 사용할 소비자가 결정한다. 기술 개발만 해놓고 정작 그 기술이 쓰일 시장 환경에 대해서는 철저히 분석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전혀 예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심지어는 아예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 제품 사용자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부가가치까지 고려하는, 이른바 ‘기술사업화’ 과정이 연구개발(R&D) 프로세스에 포함되어야 성공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사업화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 상황을 파악하여 운영자금을 원활하게 수혈받는 기술금융 노하우를 익혀야 하고,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거나 또 이전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식재산(IP)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필수다. 제품 디자인에 신경쓰는 것도 넓게 보면 기술사업화의 일부분이다. 기술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훌륭한 디자인을 입히는 것 역시 기술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중소기업들은 기술창업에서부터 제품화, 리스크 관리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비교적 전문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적기에 대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사업화와 관련한 전문지식을 체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일부 대학에서 기술경영전문대학원(MOT) 과정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시간과 장소의 한계로 인해 많은 기업인들이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필자가 현장에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IP 비즈니스 노하우가 부족해 해외 시장에서의 특허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현지 시장 조사가 부족해 여러 번의 실패 경험을 겪고 나서야 사업화에 성공한 경우도 의외로 많다.

게다가 이같은 기술사업화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 현상은 기업만 겪는 것이 아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지난 4월 7개 부처 R&D 전담기관들과 함께 기술사업화협의체를 발족시켰는데 이 협의체에 참여하는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조차 비슷한 반응이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있으면서도 이를 제품화로 연결시키는 구상과 기술금융을 조달하는 노하우는 전체적으로 다소 빈약하다는 증거다.

이 때문에 KIAT는 이달 초부터 ‘기술사업화 아카데미 최고위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3개월짜리 프로그램인 이번 최고위과정은 공공기관에서 기술사업화를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 중소중견기업에서 기술경영을 담당하는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사업화 전문 교육과정이다. 향후에는 최고위과정 외에 별도로 실무자들을 겨냥한 단기 교육 프로그램도 개설할 예정이다.

기술사업화 아카데미의 교육과정에는 기술사업화 정책 일반에 대해 설명하고 사업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지식재산과 창조경제가 어떻게 기술사업화와 연계되는지에 대해 배우는 시간도 준비된다. 다양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R&D 결과물이 시장에서 사업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습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기술경영과 사업화 전반에 관한 역량과 통찰력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기르는 한편, 부처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사업화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와 교육생들간 네트워킹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기술사업화 과정은 비록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연구개발 결과물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기술사업화와 관련한 소양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기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미약하긴 하지만 이번에 시작한 기술사업화 아카데미가 활발하게 운영되어 나중에 기술사업화 전문가를 배출하는 명실상부한 사관학교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교육 성과가 단기간에 나지는 않을 것이다. KIAT는 앞으로 창조경제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기술사업화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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