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두 경기 선발출장 '슛 1개' 박주영, 객관적인 지표는 어땠나?

입력 2014-06-23 23:4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알제리전을 마친 이후의 박주영(사진=뉴시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중인 한국대표팀이 조별라운드 두 경기를 치렀다. 이제 3차전 벨기에전만이 남은 셈이다.

두 대회 연속 16강 이상 진출을 기대하며 알제리전 필승을 노렸지만 결과는 2-4 패배였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새벽에 열린 경기에서 알제리에 전반에만 3골을 내 준 끝에 2-4로 패했다. 전반전을 통해 단 한 개의 슛조차도 기록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후반들어 대반전을 이룬 셈이지만 알제리가 90분을 집중하고 뛴 사이 단 45분만을 집중한 것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경기였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몇몇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음은 당연하다. 국내 선수들이 유럽 주요 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축구 팬들의 눈을 과거와 달리 매우 높아진 상태다. 단순히 패했다는 이유만으로 팀과 선수를 비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도 패한다면 팬들은 오히려 아쉬워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더욱 응원할 정도로 성숙하다. 하지만 알제리전은 아무리 성숙한 팬이라도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는 힘든 졸전이었다. 아마 후반전까지 전반과 같은 양상이었다면 축구협회 홈페이지나 몇몇 선수들의 SNS 등은 마비가 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알제리전 이후 특히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에 대한 팬들의 불만과 비난의 수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박주영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 이어 알제리전에도 선발 출장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단순히 득점이나 도움을 올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이 그를 대표팀 최종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스스로 원칙을 깬 경우"라고 고백했을 정도로 최종 엔트리 합류 이후부터 줄곧 관심의 대상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지만 박주영은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하며 비판의 시선을 일거에 우호적으로 되돌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존재감은 너무나도 미비하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는 러시아전 한국대표팀 선수 평점을 공개하며 박주영에게 5점을 매겨 한국 선수들 중 최하점으로 평가했다. 러시아 선수들을 모두 포함해도 이근호 슛을 골문 안으로 펀칭(?)한 이고르 아킨폐예프 골키퍼만이 5.5점으로 그보다 못한 평점이었다.

알제리전에서도 나아진 점은 없었다. 역시 5점이었고 그보다 낮은 평점을 받은 선수는 5.5점을 받은 홍정호 뿐이었다. 그나마 정성룡, 김영권 등과 함께 5점을 받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 정도였다.

물론 평점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상으로도 더 이상 박주영을 기용한다는 것은 로또를 사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러시아전에서 슛조차 한 개도 없었고 슛으로 이어진 패스 한 개만을 했을 뿐이다. 전체적인 볼터치도 단 24번에 불과했고 패스 성공률조차 59%였을 뿐이다. 러시아전 이후 동료 선수들은 물론 홍 감독조차 "박주영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지만 실제로 그가 러시아전 상대 선수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공을 얻어낸 경우도 33%에 불과했다. 스트라이커로서의 또 하나의 덕목인 위험지역에서의 반칙 유도조차 러시아전에서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러시아전에서 한국대표팀이 전체적으로 기록한 슛이 10개였고 패스 성공률은 84%였다. 러시아선수들과의 일대일 대결 성공률은 57%로 43%의 러시아보다 좋았다. 이쯤되면 적어도 몇 개 항목에서는 전체 평균보다는 좋은 점도 있어야 하지만 결국 홍 감독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닌 "폭넓은 수비 가담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줬다"고 평했다.

알제리전전 역시 큰 차이는 없었다. 알제리전에서는 그나마 러시아전에서는 한 개라도 있었던 슛으로 이어진 패스조차 실종됐다. 볼을 만진 횟수는 25번으로 비슷했고 그나마 패스 성공률은 74%로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러시아전에서는 56분간 그리고 알제리전에서는 57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박주영의 객관적인 성적표다.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수치다. 박주영이 대한민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잇는 공격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대표팀에서 했던 역할과 비중이 큰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는 아니다.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최상의 선수들을 소집해 선수들을 경기 이전까지 최고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고 해당 경기 이전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선수들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미 올시즌 소속팀에서의 미미한 성과만으로도 박주영은 이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무리였다. 더구나 대회 직전까지는 부상도 있었다.

박주영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하는 선수가 아니다. 앞으로도 축구를 계속할 선수다. 어쩌면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큰 상처를 받게 될 선수일 수도 있다. 홍 감독이 박주영을 이번 대표팀에 불러들일 때 그를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시키기 위해 불러들인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런 역할을 맡을 선수라면 더 체력이 좋은 선수를 불러들이는 것이 좋았을 일이다. 더구나 그는 과거 한창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일 당시처럼 상대팀에게 위협적인 존재도 아니다. 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이 박주영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이거나 2~3명씩 집중 견제를 한 것도 더더욱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박주영의 상황이 그렇다는 의미다.

벨기에전에 그가 출장할지 안 할지는 물론 아직 알 수 없다. 벨기에전에 출장해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도 있고 혹은 벤치를 지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기력으로는 홍 감독의 판단이 결코 옳지 않았다. 벨기에전 선발 명단에 팬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들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서울시청역 대형 교통사고 흔적 고스란히…“내 가족·동료 같아 안타까워”
  • "100% 급발진" vs "가능성 0"…다시 떠오른 고령자 면허 자격 논란 [이슈크래커]
  • 징크스 끝판왕…'최강야구' 설욕전, 강릉영동대 직관 경기 결과는?
  • 황재균도 류현진도 “어쩌겠어요. ABS가 그렇다는데…” [요즘, 이거]
  • ‘좀비기업 양산소’ 오명...방만한 기업 운영에 주주만 발 동동 [기술특례상장 명과 암③]
  • 주류 된 비주류 문화, 국민 '10명 중 6명' 웹툰 본다 [K웹툰, 탈(脫)국경 보고서①]
  • '천둥·번개 동반' 호우특보 발효…장마 본격 시작?
  • 박민영이 터뜨리고, 변우석이 끝냈다…올해 상반기 뒤흔든 드라마는? [이슈크래커]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7,850,000
    • -0.94%
    • 이더리움
    • 4,823,000
    • -1.39%
    • 비트코인 캐시
    • 543,000
    • -0.73%
    • 리플
    • 672
    • -0.15%
    • 솔라나
    • 206,900
    • -0.53%
    • 에이다
    • 570
    • +1.97%
    • 이오스
    • 813
    • -0.37%
    • 트론
    • 180
    • +2.86%
    • 스텔라루멘
    • 130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300
    • -1.11%
    • 체인링크
    • 20,400
    • +1.14%
    • 샌드박스
    • 460
    • -2.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