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6월의 장미 -안영희 중앙대 교수

입력 2014-06-03 10:4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초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장미라 할 수 있다. 장미는 꽃도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향기가 뛰어나 흔히 꽃의 여왕이라 일컫는다. 대개 5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지만 장미꽃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역시 6월이다. 장미꽃이 피면 짧은 봄은 끝나고 바야흐로 태양이 이글거리는 본격적인 여름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6월의 태양 아래 붉게 핀 장미는 예로부터 사랑과 정열을 상징하였다. 그러므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가장 사랑받아온 꽃이다.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그려졌고 세계 각국의 신화는 물론 많은 전설과 민속을 낳았다.

인류의 장미 재배 역사는 알려진 아름다움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이미 기원전 3000년경의 중동지역에서 다마스크 장미가 관상용으로 재배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마스크 장미는 가장 향기가 빼어난 계통으로 오늘날에도 재배되고 있다. 기원전 1700년경 에게 해 크레타 섬에 건설된 크노소스 궁전의 벽화에도 정교한 장미 그림이 그려져 있을 정도이다. 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테오프라스투스(기원전 371-287년)가 집필한 식물지에 이미 장미의 다양한 화색과 형태가 소개됐다. 당시의 장미 재배는 관상은 물론 향료를 채취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이뤄졌다. 로마시대에 이르러 장미를 증류해 얻어진 향료는 귀족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당시 연회장에서는 취기를 줄여준다는 속설에 따라 술잔에 장미 꽃잎을 띄웠고 고기 음식에 장미 향료를 뿌리며 즐겼다. 폭군 네로 황제의 특별했던 장미 사랑은 후대에까지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향수와 관상을 위한 장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제까지 주로 남부유럽에서 재배되고 있던 장미 품종들은 유럽의 각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또 새롭고 다양한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16세기부터 18세기 초반에 걸쳐 중국을 비롯해 서아시아, 인도, 북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부터 다양한 원종을 도입했다. 특히 중국의 서남부에 자생하던 수 종류의 장미 원종은 동양종의 모본으로 유럽의 장미 육종에 크게 기여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경쟁적으로 장미의 신품종 육종에 뛰어들었다. 나폴레옹의 황후로 알려져 있는 조세핀도 지독한 장미 애호가로 유명하다. 자신의 마르메종 성 정원에 약 250 품종의 장미를 수집해 재배하면서 새로운 품종의 장미를 육종하기에 열을 올렸을 정도다. 18세기 중반에 유럽의 재래장미와 동양장미를 교잡한 하이브리드 티 장미(hybrid tea rose) 품종군이 육성됐다. 이 군에 속하는 품종은 꽃이 크고 화려하며 연중 개화가 가능한 사계성 장미로 현재 가장 높은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비롯해 일본 등에서 장미의 육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미의 높은 상업성에 의해 세계적으로 매년 100 품종 이상의 신품종이 발표되고 있다. 특히 관상용 장미품종은 유행기간이 짧아 지속적인 신품종 개발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에도 장미의 인기는 매우 높다. 그러나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신품종의 대부분은 외국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장미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을 통해 신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한다. 영세한 농가에서 재배작물의 로열티에 대한 부담은 매우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미 신품종 육종을 서둘러 국제적 현실에 대처하고 있다. 일부 우수한 신품종은 로열티를 받으면서 외국에까지 수출하고 있는 쾌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찔레나무, 해당화, 생열귀나무, 인가목, 용가시나무 등 십여 종류의 장미 원종들이 자생하고 있다. 자생 장미 원종들은 재배장미의 사촌뻘 되는 종들이다. 자생 장미 종류도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뛰어난 종이 많다. 또한 우리네 논밭은 물론이고 산이나 바닷가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생식물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자생 장미 원종을 육종의 소재로 이용한 훌륭한 장미 신품종이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늘 우리 것이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 우리 꽃을 이용한 우리 정서에 맞는 신품종 장미가 개발되어 세계적으로 소개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404,000
    • -1.17%
    • 이더리움
    • 4,248,000
    • -3.06%
    • 비트코인 캐시
    • 463,100
    • +1.25%
    • 리플
    • 610
    • +2.01%
    • 솔라나
    • 190,300
    • +5.37%
    • 에이다
    • 500
    • +1.01%
    • 이오스
    • 688
    • +0.29%
    • 트론
    • 181
    • +0.56%
    • 스텔라루멘
    • 123
    • +5.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100
    • +0.26%
    • 체인링크
    • 17,630
    • +2.62%
    • 샌드박스
    • 402
    • +4.6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