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 거창한 이론보다 일상의 실천 '소학' 중시- ‘김굉필 家’②

입력 2014-05-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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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영어나 수학 공부에 순서가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공부에 순서가 있었다. 사서는 기본적으로 대학-논어-맹자-중용 순이었다. 이는 주자학을 정립한 주희(주자)가 주장한 것이다. 주자는 사서를 읽기 전에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본을 먼저 배워야 한다며 책을 펴냈는데 그것이 바로 소학이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 독서장에서 소학-대학-논어-맹자-중용-시경-예경-서경-역경(주역)-춘추 순으로 읽을 것을 권유한다.

‘소학’은 집을 지을 때 터를 닦고 재목을 준비하는 것이며, ‘대학’은 그 터에 재목으로 집을 짓는 것으로 흔히 비유한다. 소학을 공부하지 않는 것은 집을 지으면서 터조차 제대로 닦지 않는 꼴이다. 그러나 당시 학생들은 기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더 높은 단계의 공부를 하려고 했다. ‘소학’ 하면 으레 아동들이 공부하는 책으로 여겼다. ‘대학’ 정도는 들고 다녀야 공부하는 모양새가 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귀를 기울여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말아야 하며, 고함 쳐서 대답하지 말아야 하며, 곁눈질해서 흘겨보지 말아야 하며, 게으르고 나태한 몸가짐을 갖지 말아야 한다. 걸어다닐 때는 거만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하며, 설 때에는 몸을 한쪽 발에만 의지해 비스듬히 서지 말아야 하며, 앉을 때는 두 다리를 쭉 뻗지 말아야 하며, 잘 때는 엎드려 자지 말아야 한다.”

소학은 거창한 학문이나 이론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하는 윤리와 행동들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소학’에서 말하는 기초 중시 덕목은 단 하나, 바로 ‘쇄소 응대’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청소를 잘하고 늘 쾌적하게 하고 사람을 대할 때 온화하게 하고 절도 있게 응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기는 게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소학’이 조선시대 공부의 입문서가 된 것은 바로 기본을 배우고 실행하는 게 모든 공부의 기초, 모든 인생의 기초를 ‘소학’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학’에서 기본기를 닦고 사서 등 더 높은 공부로 나아가는 ‘하학상달’식 공부를 한다면 누구나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한훤당 김굉필 선생이 강조하는 것이다. 한훤당은 “글공부를 하여도 천기를 알지 못하였더니 소학에서 어제까지의 잘못을 깨달았구나. 이로부터 정성껏 자식 도리 다하련다”라고 시를 쓰기도 했다.

도쓰카 다카마사가 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라는 책을 보면 평생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48가지 공통점으로 바로 ‘기본의 힘’을 꼽고 있다.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 승강기에서 남을 먼저 내리게 하는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또 회사에서도 퇴근하기 전 약 5분 동안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는지 등이 외국어 능력보다 더 업무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이게 바로 소학으로 말하자면 쇄소 응대다. 우리 사회는 너나 없이 기본으로 돌아가 그 기본을 실천해야 한다. 그게 자신을 위하는 길이자 우리 모두가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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