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허둥지둥 안행부, 존재 이유 있나 -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입력 2014-04-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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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수백명의 어린 영혼들이 차디찬 바닷속에서 목숨을 잃어가고 있어 온 국민을 슬픔과 절망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 23일 오전 현재 아직 구조되지 못한 170여명의 실종자 가운데 몇 명이라도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의 몰염치한 행태로 더 많은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의 초기 판단 착오와 늑장 대처로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는 점에서 현재 비난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재난 방재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 한 명 없이 구조보다 브리핑 준비와 윗선 보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초기 구조에 큰 혼선만 일으켰다.

오죽하면 지난 1999년 씨랜드 참사로 아들을 잃고 정부의 부실한 대책에 실망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김순덕씨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왕좌왕, 해결되는 것은 하나 없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것 여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을까.

전 국가대표 필드하키 선수였던 김씨는 씨랜드 참사 당시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실망해 훈장을 모두 반납하고 “사고 후에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에서 둘째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국 땅을 떠났다. 김씨가 우려했던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되풀이되며 이번 대형 참사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부는 더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근 어린 생명을 앗아간 지난해 7월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와 올 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때 안전행정부는 철저한 안전 점검으로 재발 방지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안행부 중대본의 모습은 초기 상황 판단 오판과 구조현장에 출동한 해군과 해경의 역할 분담도 제대로 못 나눠 우왕좌왕하면서 눈앞에서 어린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안행부의 이러한 안전불감증과 재난관리 시스템은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을 보여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지난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건 때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아 안전 시계는 오히려 거꾸로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서해 훼리호 참사 담당 검사를 맡았던 김희수 변호사가 이번 참사를 보고 “정부의 대응이 2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나아진 게 없다”며 오히려 초기 구조작업이 서해 훼리호 때보다 뒷걸음쳤다고 지적했을까.

이번 참사로 더는 안전행정부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암 덩어리인 행정자치부를 없애려는 방안이 거론되다가 결국 공무원의 철밥통 지키기로 안전을 넣은 행정안전부로 명칭을 변경해 존립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들 공무원들이 더 튼튼한 철밥통을 지키고자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로 안행부의 존립기반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과연 현 정부 체계에서 안행부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조직을 해체하고 필요한 기능은 타 부처로 이관해 작은 정부로 만든다면 오히려 국민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고, 그동안 안행부가 가져온 혼란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정부 세종청사 이전 당시 안행부의 미숙한 일처리로 세종시에 내려온 공무원들이 “안행부가 내려왔으면 이렇게까지 안 했을 것이다”며 안행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같은 공무원에게도 걸림돌이 된 안행부를 여전히 감싸안고 이들의 철밥통을 지켜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자체도 안행부의 각종 규제에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이젠 안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안행부 해체를 청와대가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참사에 책임질 공무원은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단호한 처리도 해야 한다.

안행부의 조직 쇄신이나 안전 매뉴얼 강화는 항상 사고 때마다 나온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청와대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격언을 다시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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