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박세리, 왜 존경받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4-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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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8일, 갤러리로서 대회장을 찾은 ‘세리키즈’ 신지애(우)로부터 생일을 축하받고 있는 박세리(좌)(사진=KLPGA)

1998년 한국의 여름은 뜨거웠다, 박세리(37ㆍKDB산은금융)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맨발투혼’ 우승을 차지, 뜨거운 감동을 안겼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해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5승 포함 통산 25승을 기록하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무엇보다 국내 골프붐을 일으키며 수많은 ‘세리키즈’를 양산, 한국을 일약 골프 강국으로 도약시켰다.

지난해는 대표적인 ‘세리키즈’ 박인비(26ㆍKB금융그룹)가 메이저 대회 3연승 포함 한 시즌 6승을 차지하며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모든 것은 박세리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박세리는 2인자였다. ‘LPGA 명예의 전당에까지 오른 박세리가 2인자라니 무슨 섭섭한 말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많을 듯하다. 하지만 그 사실은 기록이 입증한다.

박세리는 지난해 박인비가 한 시즌에 거머쥔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단 한 차례도 수상한 일이 없다. 박세리의 명성을 생각하면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애니카 소렌스탐(44ㆍ스웨덴ㆍ은퇴)이라는 당대 최고의 골프영웅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메이저 대회(LPGA 챔피언십ㆍUS여자오픈)를 제패한 1998년은 소렌스탐에 밀려 상금순위 2위에 그쳤고,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5승을 쓸어담았지만 상금왕은 역시 소렌스탐의 몫이었다. 2003년 베어트로피(최저타수)가 유일한 개인 타이틀이다.

만약 소렌스탐이 없었다면 더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더 큰 업적을 남겼을까.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소렌스탐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있었기에 지금의 박세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4년 꿈에 그리던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는 이후 극심한 슬럼프와 함께 전성기를 마감했다. 2005년 상금순위 99위까지 밀려난 이후 단 한 차례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1인자 소렌스탐은 박세리가 부진에 빠진 2005년에도 상금왕을 지켰지만 이듬해인 2006년 로레나 오초아(33ㆍ멕시코ㆍ은퇴)에게 1위를 내주며 골프여제 자리에서 내려왔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당대 최고의 골프영웅 두 사람의 내리막 행보에는 목표(경쟁)의식 결여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심이 경쟁력으로 발전한 좋은 예다. 그러나 경쟁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같지는 않다. 비록 2인자였지만 꾸준한 자기개발과 노력을 통해 소렌스탐을 극복한 박세리는 빛나는 2인자다. 반면 자기개발 없이 경쟁자를 비난하거나 현실을 비관하는 비굴한 2인자도 있다.

경쟁자는 노력 여하에 따라 플러스로 작용할 수도,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심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을 뿐 아니라 잘해도 경쟁자의 그늘에 가려질 때가 많다. 그러나 분명한 목표의식과 꾸준한 자기개발이 뒷받침된다면 결코 마이너스 요인은 없다.

승리한 경쟁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존중할 때 자신에게 발견할 수 없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경쟁자는 결코 적(敵)이 아니다. 나태해진 스스로를 바로잡아주는 스승이다. 두 골프영웅의 행보가 그것을 입증한다. 빛나는 2인자 박세리가 그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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