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크림 사태를 대하는 강대국들의 이중성 -배수경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14-03-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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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러시아 간의 첨예한 공방전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정작 러시아로 귀속된 크림반도의 주민들은 이제서야 ‘분단’이라는 현실에 직시,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찬반 여부 주민투표에서 95%의 주민이 귀속에 찬성한 만큼 일반주민들은 현지에 남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 병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크림에 그대로 남아 러시아 군으로 편입할지, 우크라이나 본토로 돌아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고향이 크림인 병사들의 상황은 더욱 난감하다. 우크라이나 본토로 송환을 택할 경우, 자신의 고향은 영영 타국 러시아 땅이 되어 버린다. 러시아 군이 자국군으로 귀속을 독려하는 가운데 크림 출신 병사 중 상당수가 생활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 군 병사로 남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이렇게 지구촌에는 또 하나의 이산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손에 넣는 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도모할 겨를도 없는 찰나였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크게 반발하며 대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이들 편에 선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일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서방 세계의 이중성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잊혀졌던 ‘포클랜드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영국-아르헨티나 간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작년 이맘 때 ‘포클랜드가 계속 영국령으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현지 주민의 98.8%가 찬성하면서 포클랜드는 영국령으로 남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포클랜드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법적 효력이 없다며 포클랜드를 영국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1816년 스페인에서 독립하면서 포클랜드 영유권을 넘겨받았다는 것이 아르헨티나의 주장이다.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에서 불과 500km, 영국 본토에서는 약 1만4000km 떨어진 남대서양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상으로는 아르헨티나와 훨씬 가깝다. 그럼에도 영국은 1833년 이후 실효 지배를 내세워 자국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쟁점은 영유권이냐, 실효 지배냐가 아니다. 현지 주민의 혈통이다. 크림반도 주민의 60%가 러시아계다. 친러 성향이 짙은 이들은 크림반도에 집권 중이던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2000년대 들어 러시아의 경제 회복세를 보고 러시아 재편입을 적극 찬성했다.

포클랜드도 마찬가지다. 현지 인구 약 3000명은 대부분이 19세기에 이주해온 영국인들이다. 주민투표에서 99%가량이 영국에 귀속을 희망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던 셈이다.

의문점은 아르헨티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포클랜드를 병합했다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영국이 주민투표로 포클랜드를 자국령이라고 주장할 때 서방국 중에서 이견을 내놓은 나라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대해선 국제법 위반이라며 앞다퉈 러시아 제재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도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서방 세계의 편을 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모순에 해당한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말한 “강대국들이 영토 보전을 이야기할 때 이는 모두에게 해당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강한 국가가 제멋대로 하는 무법세계에 살게 된다”는 일침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독도를 둘러싸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리적으로나 실효 지배 면으로나 일본보다는 우리에게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와 영국의 크림·포클랜드 병합 사례는 시대를 거슬러 어떠한 방식으로든 강대국에 자국 영토를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갈수록 우경화하며 호시탐탐 독도 영유권 도발을 꾀하는 일본. 그들의 얕은 꼼수에 매번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강대국들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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