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익 한계 극복… ‘고객 맞춤’에서 찾아야

입력 2014-02-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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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작년말 기준 190조 넘어… 부실채권•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확산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은행도 필살기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소숫점 단위의 금리 혜택을 보고 은행을 선택하지 않는 까닭에 은행들은 특정 타깃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은 고유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철새 고객이 아닌 은행의 수익성을 실질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장기 우량고객을 유인·유지한다는 계획이다.

◇ 차별화 전략 통한 내실경영 = 은행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금융시장에서 수익창출 한계를 타개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왔다. 그중에서도 해외진출은 은행권이 새 수익기반으로 공을 들여온 부분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동남아 국가 및 신흥국에 앞다퉈 사무소, 지점, 현지법인 등을 개설하면서 수익원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해외사업의 경우 수익을 내기까지 통상 3~5년 정도의 절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은행들은 단기간 내 성과를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영업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매금융의 강자인 KB국민은행은 올해 핵심 역량인 소매금융 강화를 통해 과거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약 1200개에 달하는 영업 네트워크는 국민은행만의 큰 자산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내실있는 자산 성장을 이룰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락스타 점포(대학생 전용 점포) 15곳을 포함한 50개가 넘는 지점을 통폐합해 영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실적과 뛰어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신한은행은 은퇴고객을 포함한 4060시장을 새로운 핵심사업 역량으로 정했다. 은퇴시장 전담조직 신설 및 자산관리 역량 제고를 바탕으로 4060 시장을 선도, 미래 시장에서의 차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IB) 신시장 개척, 투·융자 복합솔루션 제공 등을 통해 자산운용 역량을 제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에 자금을 지원, 창조적 금융 확산에 앞장서기로 했다.

하나은행의 올해 핵심사업은 스마트금융과 글로벌화로 요약된다. 프라이빗뱅킹(PB)과 소매금융에 특화된 하나은행이 스마트금융, 모바일 신용카드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처럼 그룹의 모든 업종에서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타 은행 대비 기업금융 비중이 큰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축적해 온 기업 구조조정 역량을 발휘하면서 건전성 제고에도 만전을 기울일 방침이다. 올해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개선함과 동시에 우량 자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전담은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올해 중기 지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고객에게 필요한 고객이 원하는 기업은행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기업은행은 오는 2016년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을 위해 매년 6%의 성장을 이뤄나갈 방침이다. 그 중심에는 중소기업과 개인고객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있다. 창조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지원 규모를 125조원까지 확대해 중소기업 지원 전담은행으로서의 지위를 보다 공고히 하는 한편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융상품을 통해 1400만명의 평생 고객화를 달성키로 했다.

농협은행도 차별화된 역량으로 현재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할 방침이다. 전통적인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는 비이자 이익 보강 및 핵심 전략사업 수립을 통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한다는 것.

농협은행은 △시니어 고객 특화은행 기반 강화 △유스(Youth) 고객 등 미래고객 확보 △지역별 특성화 마케팅 추진 △유통·금융 협력 강화 △우투증권 인수에 따른 시너지 창출 △협동조합 대상 선제적인 마케팅 기반 조성 등을 올해 핵심 역량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권이 처한 수익성 악화는 은행들의 편중된 영업행태 탓이 크다. 자금 수요가 있는 곳에 금융권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당장 눈앞의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대출 행태를 지속함에 따라 은행의 장기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은행들은 금융시장의 빠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여전히 수익 대부분을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 부동산PF·자영업 대출 단기 이익에 치중 = 은행권은 수년간 이익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자수익에 쏠린 이익구조로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안정적 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도 은행권은 대출 수요가 높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및 자영업자 대출 등 비교적 손쉬운 대출을 통해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 왔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고 경기침체로 자영업자의 대출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자 은행들은 부실채권 증가와 자산 건정성 악화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은행권의 부실 부동산 PF대출은 3조원, 연체율은 6% 후반 수준에 달한다. 부실 부동산 PF대출이 자산 건전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16개 시중·특수·외국계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총액은 22조4530억원이며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은 2조9300억원으로 전체의 10%가 넘는다. 연체기간 3개월 이상 1년 미만인 ‘회수의문’ 여신은 4370억원, 연체기간 1년 이상인 ‘추정손실’ 여신은 4340억원이다.

이에 따른 손실도 크다. 국내은행의 2003~2012년 ‘국내외 부동산PF 투자현황’ 자료에 의하면 은행들의 부동산 PF대출 대손 실현액은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이 3조4600억원으로 금액이 가장 컸고 KB국민은행 9000억원, NH농협은행 6200억원, IBK기업· KDB산업·수협·신한은행 등이 각각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가계부채 가운데서도 부실 위험이 큰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권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영업은 경기 상황에 가장 먼저 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 623조8000억원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은 190조5000억원으로 30.5%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금융권 전체의 자영업자 부채 규모는 451조원(은행권 285조원·비은행권 166조원),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임금 근로자(38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1억1700만원이다. 또한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 부담비율(DSR)도 16.1%로 임금근로자(11.7%)보다 높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경우 은행뿐 아니라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도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가 많아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10년 말 0.84%에서 지난해 3월 말 1.34%까지 높아졌다.

◇ 지난해 NIM 사상 최저·순익 반토막 = 이 같은 이자수익 쏠림 수익구조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자 은행권 수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권 이자마진이 크게 줄어들어 전체 수익의 8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절반 이상 축소된 것이다.

지난해 시중·지방·특수은행 등 국내은행 18곳의 당기순이익은 4조원으로 전년(8조7000억원)과 비교해 53.7%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지난 2011년 4분기(△6000억원)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저금리 지속으로 인한 이자이익 감소가 전체 이익 축소로 이어졌다. 저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NIM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1.87%까지 떨어졌고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은행 18곳의 이자이익은 34조9000억원으로 전년(39조원)보다 8.3% 축소됐다.

이는 은행권이 더 이상 이자이익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은행 자체의 금융거래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교적 손쉬운 단기 이자이익 확대에서 벗어나 은행의 금융거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은 줄곧 제기돼 왔다”며 “은행권이 이체나 송금 등 단순 수수료 이익이 아닌 신탁, 유가증권, 외환, 무역금융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운용수수료 영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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