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지난 1·2심과 같은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승연 회장은 자신의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차명소유 회사(한유통웰롭)의 채무를 변제, 계열사들은 물론 수많은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이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김 회장은 한유통웰롭 채무에 대해 그룹 계열사들에게 보증을 서게 했고, 보증액이 커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계열사 자금 3000억원을 빼돌려 부채를 변제했다”며 “이에 따른 그룹 계열사들의 피해액도 약 3000억원 상당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시대의 흐름을 양형기준으로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한화그룹이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한 비중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금 기업경영, 투명한 책임경영 등이 우선시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특히 김 회장이 범행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있으며, 그 수법이 교묘하고 지능적인 점에 비춰보더라도 형량이 대폭 상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한유통·웰롭의 부채를 갚기 위해 계열사에 3200여억원대의 자산을 부당 지출하게 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회장은 사비로 1186억원을 공탁,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으로 감형받은 바 있다. 김 회장의 선고공판은 내년 2월 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