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기로에 놓이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출자전환 없는 신규자금 지원을 정상화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쌍용건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협력기업만 1400여개에 이르는 쌍용건설이 상장폐지될 경우 국내 경제·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무리하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실시를 유도했지만 쌍용건설이 결국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신규자금 지원을 중심으로 한 쌍용건설 정상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찰을 빚었던 군인공제회에 대한 대출금 전액 상환도 정상화 방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3000억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 외에 기존에 요구했던 출자전환은 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쌍용건설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쌍용건설에 3000억원의 자금을 신규지원하고 이 가운데 1200억원가량을 군인공제회 대출금 상환에, 나머지 1800억원을 운전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이날 우리은행은 KDB산업, KB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채권은행들과 ‘채권단 운영협의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 9일 금융위원회 중재로 열린 군인공제회와의 출자전환 등을 중심으로 한 정상화 방안 협의가 성과없이 끝난데 따른 긴급 회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결국 군인공제회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쌍용건설에 대한 출자전환 계획을 접었다. 쌍용건설에 대한 회계법인 실사 결과 쌍용건설 회생을 위해선 5000억원의 출자전환 및 30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올해 안에 출자전환을 하지 않으면 쌍용건설을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결국 지난 6월 워크아웃 개시 이후 지원된 3100억원의 신규자금 및 2450억원의 출자전환 등 채권단의 지원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여기에 쌍용건설의 협력기업이 1400개가 넘는 만큼 협력업체 줄도산에 따른 금융권의 추가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채권단이 군인공제회에 대한 대출금 상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상화 방안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점이다. 지금과 같은 의견차가 지속될 경우 적기 회생 기회를 놓친 쌍용건설은 물론 금융권도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쌍용건설은 사실상 해외 공사수주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그동안 공들였던 해외영역을 완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미 해외수주 통로가 막힌 상황이어서 쌍용건설의 상장 유지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올해 초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대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은데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중재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향후 (군인공제회와 채권단간) 중재가 있다해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