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5大 의제]주인의식 없는 ‘空기업’…지배구조 혁신 없인 투명경영 없다

입력 2013-12-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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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로 전락한 공운위·이사회 감시·감독체계 강화해야

공기업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이다. 이는 곧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도 된다.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효율적 경영보다는 정부가 주문하는 대형 국책사업에 올인한 탓이 크다.

정권 초 낙하산 CEO나 감사가 임명되는 인사 관행이 되풀이되는 것도, 성과급 잔치나 과도한 복리후생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공기업 인사와 의사결정과정 등 지배구조가 정부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미치는 부분이다. 때문에 공기업의 인사를 결정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장식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사회조차 경영 감시라는 본연의 책무는 도외시한 채 공기업의 방만경영에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많은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경영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에 반해 공기업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비효율적 ‘깜깜이’ 경영으로 국민 세금만 축내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CEO와 임원, 감사가 바뀌는 지금의 공공기관 지배구조로는 장기적 시각과 일관된 정책방향을 갖고 기관운영을 해나가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지배구조를 분명히 하고 공운위와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공기업 이사회·공운위, 경영감시자 역할은커녕 장식품으로 전락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산업부 산하기관 이사회에 상정된 2657건 중 부결된 안건은 1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105건, 2012년 939건, 올해 9월까지 613건의 안건이 상정됐지만, 부결된 건수는 각각 9건(0.8%), 8건(0.9%), 2건(0.3%)에 그쳤다. 부결 내용 역시 대부분 중장기 경영계획 또는 규정관련 상정 안건이어서 경영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데에는 이사회가 경영 의사결정자와 감시자로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 의원의 지적이다.

사외이사들의 모럴 해저드도 심각했다. 공기업 이사회의 호화판 회의는 도를 한참 넘어선 수준이다. 전 의원에 따르면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지역난방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기업들은 지난 3년간 총 51차례에 걸쳐 특급호텔이나 고급식당 심지어 중국 등 해외에서까지 이사회를 개최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한전KPS의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3년 가까이 8000만원가량의 직무활동비를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민간 정보 비대칭 해소 시급…내외부 감시체계 강화돼야 = 공운위 정상화도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공운위는 공공기관의 지정·해제, 임원 선임, 보수·경영지침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으로, 거의 유일한 공공기관의 외부 통제 장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독립기구로서의 공운위의 위상은 무색해진다. 현재 공운위는 부총리(기재부 장관) 소속으로, 민간위원 9명 역시 기재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돼 있다. 법조계, 경제계, 학계,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민간위원으로 활동한다지만 내부감사와 임원 선임 등 인사는 물론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정부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제대로 된 인사와 시스템에 의한 내외부 감시체계로 개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대한 정치권이나 정부의 공기업 정책결정, 인사 재량권을 줄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사회의 경우 글로벌 그룹의 이사회 같은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해 경영진의 잘잘못을 따져 즉각 시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공운위 역시 민간위원을 국회 의석 비율에 따라 추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객관적이고 중립적 인사들로 꾸려 정부 측의 부당한 요구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가 공기업 수장이나 감사를 맡게 될 경우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조직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감시·감독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와 민간 사이의 정보 비대칭 해소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실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민간위원들에게 공개하는 공공기관 정보가 제한돼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감시·감독에 투입할 시간적 여력이나 권한이 적어 공운위의 운영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서 “기존의 공운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보공개의 내용과 범위를 확대하고 감시를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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