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약해지는 한국은행의 존재감

입력 2013-12-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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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에 물가안정 중요성 줄고...눈길 못 끄는 보고서 ‘소통 부족’ 비판도

한국은행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통화제도의 중심이며 은행제도의 정점을 구성하는 기관으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러나 한은은 이런 맥락에서 살짝 비켜나간 모습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내년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레임덕이 왔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무게감이 크게 줄었다는 평이다. 왜일까

우선 한은의 최대 목표인 물가안정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이 많이 사그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했던 시절 한은은, 고물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성장을 하려고 했던 정부와 종종 대척점에 서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최근 물가는 1년 넘게 0~1%대의 저물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또 지난 2011년 9월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의 책무도 부여 받았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뚜렷한 역할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금융권의 성장도 한은의 입지를 좁히는 데 일조했다.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해 경제활동을 관리하는 통화정책을 수행하는데 이는 주로 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은행금융기관이 은행에 비해 가파르게 커지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은행 대비 비은행금융기관 총자산 비율은 2008년 말 55.1%에서 올 6월 말 80.9%로 크게 상승했다.

한은 발표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도 한은 위상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국내 경제규모가 작고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없던 시절에는 한은의 통계치와 전망은 ‘정답’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세계화로 경제·금융 시장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국내 최대의 조사인력을 보유한 한은도 마냥 자신만만하게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최근 국감 때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한은 위상이 축소된 것은 이러한 환경 요인 외에 내부 원인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총재의 발언과 함께 한은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보고서다. 하지만 이들 보고서들가 전문적인 이슈에만 매몰돼 국민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한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사회적 관심을 끄는 보고서들이 한은에서 많이 발표됐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아 생각해 볼 일이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연구소들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요한 전문 연구과제에 대해 중앙은행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한은을 퇴직한 이는 “김 총재가 오면서 정부와의 의견 충돌이 비쳐지는 것을 우려해 민감한 사항은 최대한 피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 직원들이 연성화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 관련 TF를 꾸렸을 때 한은 관계자 2명을 참여시켰으나 이들이 추진력과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수치통계에만 치중하고 경제·금융시장의 제도 등 현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은의 아킬레스건이다”고 설명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무사안일주의로 흐르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은 관계자는 “국장급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제의식을 후배들에게 고취시키는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며 “언제부터인가 ‘한은은 천재가 들어와 바보가 돼 나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언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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