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몸살 앓는 금융권] ‘다섯 시어머니’의 간섭… 은행 “기를 펼 수 없다”

입력 2013-11-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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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도 대기업 부실책임 있지만 뒤처리는 은행 몫… 내년엔 금소원도 감독기구 참여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 등 경영여건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연이은 대기업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겹치면서 수익성은 물론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실기한 금융당국의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권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 붕괴 시 파급 효과가 금융시장은 물론 고용시장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출자전환이나 영구채 발행 지급보증 등 채권단에 일정 수준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

은행권의 근심은 내년에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자본규제가 강화된 바젤Ⅲ가 은행 및 은행지주에 적용되고 내년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분리됨에 따라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보다 강화되기 때문이다.

◇ 수익성·자산건전성 악화 속 커지는 역할과 책임=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역활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기업이지만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업권의 특성 때문이다. 또 여러 차례 국민의 혈세로 살아난 만큼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은행권에 대한 요구 및 규제가 장기적 안목이 아닌 당시 발생한 문제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단기적 처방에 그치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서민·중기대출 확대를 독려하며 여러 상품을 주문했다. 하지만 새 정부 코드 맞추기 식으로 급조된 설익은 대책으로 실적은 바닥이고 은행권의 부담만 가중된 상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서민·중기에 대한 대출 확대는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지난 3월 서민의 재산 형성을 돕는 취지로 내놓은 비과세와 고금리 혜택의 재형저축부터 중소기업의 수월한 자금조달을 목표로 한 동산담보대출,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구제를 위한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목돈 안 드는 전세Ⅰ·목돈 안 드는 전세Ⅱ 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소기업 대출은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은행권의 중기대출 실적을 매월 점검한다고 밝힘과 동시에 올해 중기대출 목표의 초과 달성을 주문했다. 올해 은행권 중기대출 공급목표(잔액기준)는 3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29조3000억원)보다 5.1% 많다.

근래 발생한 웅진, STX, 동양그룹 등 대기업 그룹의 부실은 은행의 자산건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건설·조선 등 경기취약 업종 기업이 잇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및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규모는 크게 늘었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3년래 최대 규모인 112곳에 달하고 오는 12월 바젤Ⅲ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와 자산 확보 노력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대기업 그룹 부실은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실기 및 제도적 허점에 따른 피해임에도 해결책은 채권은행의 책임과 역할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양사태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은행 대출에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으로 달라졌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추가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는 동시에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 지원, 영구채 발행 지급보증 등 채권단의 협조를 독려하고 있다.

◇ 금소원 독립, 늘어나는 시어머니…규제 ‘첩첩산중’= 역할과 책임이 강화되는 것보다 은행권이 더 우려하는 점은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주체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을 비롯해 넓게는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포함한 금융회사 감독기관이 내년에는 한 곳 더 생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금감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소원은 별도의 단독 검사권, 제재권 및 금감원과의 사전 협의 전제 아래 규칙 제·개정 권한도 행사하는 등 금감원과 대등한 기능을 하게 된다. 특히 동양사태로 인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탓에 금소원의 역할과 책임이 보다 강화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정안과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금소원은 금융회사 영업행위 감독, 분쟁조정, 금융소비자 교육 등의 업무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가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다섯 곳에 달하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강화된 규제도 부담이지만 감독기관의 중복검사 및 자료제출 요구와 이로 인한 중복규제 가능성도 문제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민·중기, 나아가 대기업 구조조정 등 은행권의 역할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기관이 한 곳 더 늘어나면 오히려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소원 독립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규제 강화 추세로 금융소비자원 등 소비자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 권익 향상과 관련, 금융당국이 놓칠 수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금융회사에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감원의 국민검사, 감사원의 국민감사와 함께 금소원과 소비자단체의 집단소송 청구 등 은행권의 영업행위 규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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