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장사의 기술’이란

신동일 '한국의 장사꾼들'

잘 파는 기술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팔지 않고선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직을 떠나게 되면 세상은 온통 장사의 기술로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과 실패한 다수의 사람들로 명암이 갈리게 된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노하우를 갖고 있을까.

‘한국의 장사꾼들’은 인터뷰를 통해 그 노하우를 점검해 본 책이다.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장사꾼으로 성공한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모두 17인의 성공한 장사꾼들이 등장한다.

웨딩쇼핑몰 아야소피아의 박혜정, 엄마손반찬의 주범수, 강금례, 청년떢복이 이성연, 오백집왕족발 강훈 사장 등이다. 저자 신동일씨는 “신기한 것은 책을 쓰고 나니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가장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고 말하기도 하고 “당장 내일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밑바닥부터 시작할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성공한 장사꾼이 태어날 때부터 장사꾼으로 성공할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유전적 숙명론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독자들은 너무 후끈 달아오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체질이라는 것이 있는데, 장사에 꼭 들어맞는 체질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 원칙(엄청난 인내와 노력)만 지킨다면 나처럼 장사 경험이 없는 샐러리맨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의 결론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거듭 말하자면 체질을 갖고 있거나, 체질 개선에 크게 성공하거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장사는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결론인 ‘진정한 장사꾼, 성공의 10계명’부터 읽고 결정하기를 바란다. 장사꾼의 인터뷰를 소개한 책 가운데는 품과 공이 많이 들어간 책임에는 틀림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장사 성공의 10계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고객이 원하는 확실한 아이템을 잡아라. (2)샐러리맨 시절을 잊어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지런해야 한다. (3)방심하지 말아라. 고객에게 예민하게 대응하라. (4)당신의 가게는 차별화된 맛을 갖고 있는가. (5)이것이 아니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6)잘될 때일수록 단골 관리에 목숨을 걸어라. (7)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라, 그리고 철저하게 관리하라. (8)직원 관리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기억하라. (9)생각을 바꿔라. 장사를 천직으로 생각해야 성공한다. (10)자신만의 장사철학이 있어야 성공한다.

최근 700번째 점포를 연 오백집왕족발 강훈 사장은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음식점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샐러리맨으로 생활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지런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주말이라도 직접 진한 체험을 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겉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들어가서 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인의 진한 체험담을 읽는 것은 간접 체험으로 훌륭한 방법이다. 오랜 조직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천지개벽이라 부를 정도로 사업가 체질로 변신할 때 장사 성공의 첫 단추를 끼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