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설국열차’와 지구공학- 조천호 기상청 기후연구과장

입력 2013-10-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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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유독 심했던 올 여름에 화제가 된 영화라고 하면 단연 ‘설국열차’일 것이다. 이 영화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CW(Control Weather)-7’이라는 물질을 사용하는 지구공학(geo-engineering)적 대응을 하다가 아예 지구 전체를 얼음 땅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처럼 갑작스럽고 엄청난 기후변화는 실제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이를 대응하기 위한 지구(기후)공학적 배경에는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1%만 있어도 지구 평균기온이 100도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온실가스 중 온난화 효과의 약 63%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100만개의 공기 분자 가운데 빙하기에 180개 그리고 간빙기(산업혁명 이전)에는 280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차이는 지구에 도달되는 햇빛 양의 변화를 일으키는 지구 공전궤도 등 천문학적 요인에 의해 발생되며 이로 인해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지구 평균온도가 4~5도 정도 낮았다. 즉, 햇빛의 미세한 변화로 인한 온실가스의 변화, 그리고 이로 인한 고작 4~5도의 차이가 빙하기와 간빙기를 가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미, 인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분자를 약 120개나 증가시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후 0.75도 상승됐다. 여기에 이산화탄소 분자가 매년 2개씩 더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기후시스템이 불안정한 이유는 대기 중에 매우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온실가스가 인간 활동으로 그 농도가 쉽게 변화돼 기후변화에 과도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와 함께 또 다른 지구의 급소는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에어로졸(먼지)이다. 6500만년 전 백악기 말 공룡 등의 지구 생명체들이 50%나 멸종한 것은 소행성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을 때 막대한 먼지를 발생시켜 성층권에 형성된 에어로졸이 몇년 동안 태양 빛을 차단해 광합성을 방해하고 지구 평균온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설국열차’의 CW-7처럼 지구를 냉각시키기 위해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뿌리는 지구공학적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이는 1995년 오존층 감소 원리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크루젠 교수가 적극 제안해 더 주목받고 있다. 이미 기후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극지방 성층권에만 집중적으로 황산 에어로졸을 분사하면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지구공학은 개별적인 증세에만 초점을 맞춘 단편적인 접근 방식이며 본질적으로 자연을 기계로 바라보는 근대적인 대응 방법이다. 즉,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기계처럼 문제된 부분만 수리하면 정상적인 작용을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구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된 거대한 자기조절 시스템이므로 빙하기-간빙기의 순환처럼 작은 차이에 의해 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비선형적 체계이다. 즉, 지구시스템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기후조작을 하다가는 ‘설국열차’처럼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같은 현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문명을 실현한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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