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의 CSR 이야기] 기업이 왜 사회를 책임지냐고요?

입력 2013-10-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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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한국SR전략연구소(코스리) 소장ㆍ배재대학교 겸임교수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며 가끔씩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주제로 토론수업을 이끈다. CSR를 처음 듣는 학생이 다수인데,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매 학기 어김없이 듣는 얘기들은 이렇다.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게 존재 이유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까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건 너무하다. 이익을 많이 내야 기부하고, 사회공헌도 많이 할 게 아닌가.”

“기업이 왜 사회에 책임을 지나? 국민으로부터 세금 거두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에 강요하면 그게 자본주의인가.”

많은 기업들, 특히 글로벌 마켓을 무대로 활동하는 대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 활동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적지 않은 자금을 쓴다. 이들의 CSR 활동은 대개 ‘나눔과 자선’으로 묘사된다. ‘착한 기업’, ‘따뜻한 기업’을 표방한다. 일간신문마다 특집으로 실리는 사회공헌, 나눔 기사들에서 CSR 활동은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쪽방촌 연탄배달,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노숙자 밥퍼 주기 등 현장마다 기업 CEO들이 얼굴을 내민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혹은 신생기업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더하다. 당장 창업 첫해를 넘겨 생존해야 하고, 대기업 협력업체로 분투하는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은 ‘돈을 좀 벌고 난 다음에 한숨 돌리고 생각할’ 주제로 여긴다. 그러니 학생들의 시선도 이 수준에 멈춰 있는 게 당연해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면서 CSR는 많이 익숙해졌다. 나눔과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Sustainable) 발전을 이룰 수 있고, 그런 기업들이 소비자의 신뢰로 더 나은 성과를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 ‘투명경영’과 ‘아름다운 동행’이 CSR와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존경받고, 그렇게 향상된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왜 CSR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먼 얘기, 생색내기 홍보 소재쯤으로 취급받고 있을까. 대기업에서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임직원들이나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들을 만나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들의 공통된 인식은 ‘CSR는 기업 생존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생존이 우선인 기업들로선 그와 무관해 보이는 CSR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뜻 자체가 그렇다. CSR의 C는 기업이다. SR, 즉 사회적 책임의 주체는 바로 기업이란 얘기다. CSR를 언급하면 늘 기업만 괴롭힌다는 피해의식을 목격한다. 매출 많이 올리고, 이익 많이 내서,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해마다 직원들 급여도 올려 줘야 하는 기업들에 부담 혹은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CSR가 영어의 조합인 만큼 생활 속 용어로 자리 잡긴 쉽지 않다. 그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른 단어로 바꿔 보는 건 어떨까. C의 기업은 법인(法人)이니 인격을 부여해 시민(Citizen)으로 부르고, S의 사회(Society)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Planet)로 확대해 보자. CSR는 기업시민이 지구를 위해 마땅히 할 일쯤으로 볼 수 있겠다.

지구를 지키려면 환경도 보전해야 하고, 지구온난화도 대처해야 한다.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개발 행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개발도상국의 아동 노동을 비롯한 불법 노동 행위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세금도 잘 내고, 소비자도 보호해야 한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면서 걸치는 모든 영역에서 기업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 CSR 안에는 사람(People), 지구(Planet), 이익(Profit) 등 3P가 핵심가치 혹은 목표로 들어 있다고 한다.

이익을 많이 낸 뒤 기부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모든 활동은 단지 홍보일 뿐이다. 홍보팀이 잘하면 될 일이다. 기업경영전략 전체에 CSR가 스며들게 하는 건 기업 최고위층의 몫이다. 한국의 CSR는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제 길을 찾을 수 있다. CSR는 기업경영의 장식품이 아니라 경쟁력의 원천이자 생존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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