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형제 대장간

입력 2013-09-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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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는 두드려야 철이 든다는데...

▲동생의 망치질이 더 힘있는 이유는 형의 든든한 보조를 믿기 때문이다. 도끼를 만들고 있는 류상준(오른쪽)•상남 형제.

▲ 형제의 손에 박인 굳은살과 주름, 울퉁불퉁한 핏줄 하나까지도 고집스럽다.

▲낫의 무딘 날을 날카롭게 하는 손 끝에 불꽃들이 춤을 춘다.

▲단단한 쇳덩이들은 타오르는 풀무불 안에서 날카로운 도끼가 되길 기다리고 있다.

섭씨 1500도 화덕 앞에서 묵묵히 메질을 하는 두 대장장이가 있다.

서울 모래내 수색역에 위치한 ‘형제 대장간’. 변변히 앉을 의자 하나 없는 10평 남짓의 이곳은 류상준(63)•상남(55) 형제가 고집스레 지키고 있는 전통 대장간이다. 형은 국민학교를 졸업하면서 쇠를 만지기 시작해 벌써 50년이 다되도록 대장장이 일을 지켜왔고, 동생은 형의 권유로 16년째 함께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동생은 시뻘건 불길 속에서 시우쇠를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놓고, 형은 그것을 연신 메질해댄다. 그러고는 쇳덩이를 물속에 넣어 식힌다. 이렇게 담금질을 거듭하면서 날은 점점 얇아지지만 쇠는 더욱 단단해진다. 이들의 장인정신이 어우러지며 ‘작품’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화덕 앞자리는 섭씨 60도를 넘나들지만 자칫 신경을 놓으면 화덕 안 쇠가 녹을 수 있어 류씨 형제는 비지땀을 흘리며 불 앞을 지킨다. 더군다나 요즘은 농기구 외에도 건축 자재, 인테리어 소품, 드라마 소품 등 들어오는 주문이 다양해 한시도 자리를 뜰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선풍기도 화덕의 타는 불줄기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도심 속에서 끊임없는 쇠 메질소리를 50여년간 이어온 두 형제. 철도청 부지에 자리한 대장간은 한때 자전거 보관소로 바뀔 처지에 놓였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직한 고집으로 끝내 풀무불을 꺼뜨리지 않았다. 그 안에서 1500도의 불을 지피고 쇠를 만지는 두 대장장이는 “죽을 때까지 여기서 망치질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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