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내밀면 당장이라도 잡힐 듯한 저곳을. 언제라도 다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실까? 곱디고왔던 누이는 아직 그곳에 살고 있을까? 명절이 다가오는 이맘때면 아련한 고향 생각에 두 눈에선 눈물이 흐릅니다. 하얗게 빛나던 고운 피부에는 어느새 주름이 더 많이 생겨 반세기가 훨씬 지난 세월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 앞둔 11일 오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200여명의 실향민들이 합동망향제를 올렸습니다. 실향민들은 고향땅이 가장 잘 보이는 임진각을 찾아 북쪽을 향해 절을 올립니다. 하늘에선 비가 내립니다. 지난해에도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뿌연 안개에 가려 멀리 보이진 않지만 마음만이라도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올해는 3년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립니다. 남북이 조금씩 양보해 한 걸음씩 서로에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정부 차원에서 파악하기 시작한 실향민, 납북자와 납북피해자 가족의 규모는 옛날 자료 명부와 가족단체를 통해 추정하면 약 9만6000명입니다. 그리고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2013년 7월 기준으로 12만9035명입니다. 전월 대비 생존자는 391명 감소했고, 사망자는 584명이 증가했습니다. 많은 실향민들이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하루 빨리 이들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