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레슬링, 두 번의 눈물

입력 2013-09-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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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문화부 차장 겸 골프팀장

국제레슬링연맹(FILA) 관계자들의 뜨거운 눈물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한 FILA 관계자들은 레슬링의 2020년 도쿄올림픽 28개 정식종목 채택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얼싸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마치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목에 건 듯 감격에 겨워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레슬링은 올해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경험했다. 지난 2월 열린 IOC 집행위원회를 통해 올림픽 핵심종목 탈락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무려 30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레슬링 아니던가. 그것도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부터 지난해 런던올림픽까지 단 한 차례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일이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뒤돌아보면 그럴 만도 했다.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되면서 수비 일변도의 재미 없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 스포츠에서 요하는 박진감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FILA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FILA의 안일한 행정으로 인해 3000년 역사 레슬링은 올림픽 퇴출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FILA는 레슬링의 대대적 체질 개선과 개혁에 나섰다. 무능했던 라파엘 마르티네티 회장을 퇴출시켰고, 여성부회장 자리를 신설하는 등 개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IOC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결정했다.

자칫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 듯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되고 레슬링 개혁에 나서야 하는 꼴이 될 뻔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단순히 FILA의 매너리즘과 안일한 행정만을 지적할 문제는 아니다.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모든 스포츠 관계자들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프로복싱은 70~80년대 최고의 인기스포츠로서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김기수, 홍수환, 장정구, 박종팔, 유명우 등 세계챔피언을 무수히 배출,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야구, 농구 등 구기종목의 인기와 이종격투기의 자본력에 밀린 프로복싱은 인기 하락과 스폰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추락했다.

1983년 출범한 민속씨름도 마찬가지다. 이만기, 이봉걸, 이준희, 강호동 등 레전드급 천하장사를 배출해내며 전통 스포츠로서 자리를 굳히는 듯했지만, 천하장사대회 폐지와 실업팀의 잇따른 해체로 한순간에 몰락했다.

그렇다고 인기 스포츠에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는 사회적 분위기만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인기가 없는 스포츠는 재미도 없다. 당연히 관중도 스폰서도 없다. 그러나 재미 없는 스포츠를 재미있게 포장하고 그럴 듯하게 꾸미는 일은 관련 협회 및 관계자들의 몫이다.

인기 스포츠에는 분명 인기 원동력이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700만 관중시대를 열어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가족단위 및 여성 관객이 크게 늘었다. 그만큼 폭넓은 팬 층을 보유하게 됐다. 단순히 야구경기 관람뿐 아니라 놀고 먹고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승화시켰다.

곧 추석이다. 올해 추석장사씨름대회장에는 만원 관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가족단위 및 여성관객들로 북새통이다. 경기 후에는 선수들의 사인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다.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레슬링이 흘린 두 번의 눈물을 되새김질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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