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주담의 세계]투자자·금감원·거래소… 벨소리 노이로제

입력 2013-09-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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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식담당자의 25시

#‘띠리리리링~~~’

아침 5시30분 알람에 힘들게 눈을 뜬다. 어제 저녁 기관투자자들과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않았지만 오늘 실적 공시가 나오는 날이기 때문에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해야 한다. 특히 예상보다 실적이 좋지 않아 오늘도 하루 종일 시달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흔히 주담(주식담당자·IR)라 불리는 A씨는 경력 7년차의 중견급 주담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담당자지만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대부분 IR과 PR의 역할을 겸해야 해 회사에서는 정신없이 지나가기 일쑤다.

허접지겁 출근하자마자 해외 증시와 경제지표 등을 상황을 살핀다. 해외수출물량이 많은 회사의 경우 해외경제지표는 바로 그날 주가와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쓰린 속을 우유로 달래며 조간신문들을 스크랩하고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임원회의 시간에 첨부할 실적과 전날 주가 상황 등은 물론 주담의 몫이다.

한숨돌리니 오전 8시. 공식적인 전화 응대는 9시부터지만 휴대폰으로 오는 투자자들의 전화를 마냥 무시할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감자 과정에서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것을 후회하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장 시작 9시전에 전화만 벌써 5통째다.

주담을 하다보면 아찔한 경험도 적지 않다. 주가가 이상급등 현상을 보일 경우에는 어김없이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서 전화를 받게된다. 회사의 주가가 기관들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상승세를 탈 경우 혹시 회사 측에서 미리 실적전망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회사측에서 사전에 실적을 언급했다면 공정공시 위반 소지가 있다. 물론 차후 회사를 방문하는 투자자들에게 IR하기가 더욱 꺼려질 수밖에 없다.

오전 9시. 증시가 시작되면 주담들은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는 상관없지만 하락세를 보이면 어김없이 투자자들과 언론의 질문세례를 받기 일쑤다.

“오늘 왜 주가가 내렸나” “왜 주가방어를 하지 않나” “자사주 매입 계획은 없나”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전화를 걸어 다짜고자 욕을 하는 경우는 다반사. 꼬치꼬치 향후 대책 등을 물어보는 기관투자자와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면 일개 실무직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표면적인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돌아오는 짜증과 비난은 고스란히 주담의 몫이다.

하지만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노릇. 지난해 전화 응대를 소홀히해서 주담을 갈아야 한다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를 한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이후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는 더 늘었다.

또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IR을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기관투자자들이 IR을 요청할 경우 며칠밤을 세워 자료를 준비해 이들에게 정확한 브리핑을 해야한다. 물론 일정 규모가 되는 상장사들의 경우 IR을 거절하기도 하지만 일선 상장사들의 경우 이 정도 베짱을 부리기는 쉽지 않다.

지난주 금융감독원에서 거절당한 유상증자 계획서도 수정해 제출해야 한다. 장이 마감했다. 이제 공시를 해야한다. C사장이 보유주식을 꽤 많이 매각했는데 이유를 물어볼 수는 없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악재인 만큼 장 마감이후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공시 한다고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편하게 올릴 수 있지만 기다리는 공시가 많으면 2~3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공시를 확인한 이후 일반 직장인들이 퇴근할 시간에 다시 투자자들과의 미팅 장소로 이동한다. 술도 못마시지만 회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집에가면 밤 10시. 딸 얼굴을 못본게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내일은 한국거래소에 주담 교육을 위해 바로 여의도로 가야한다. 솔직히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벌점 부과 유예 등 교육 이후 주어지는 혜택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교육 중에는 전화가 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A과장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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