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만난 장 교수는 한국경제가 대외여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켜 무역의존도를 낮추고, 자본거래세 도입 등으로 투기성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전망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나온 정도는 됐는데 완전히 회복될지는 의문이다.
지금 회복된 듯 보여도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보면 2007년과 비교해서 2012년 말에 OECD 34개국 중 22개국이 마이너스다. 5년 전 상황을 대부분의 나라가 아직도 회복 못 하고 있다.
불안요소도 많다. 양적팽창 때문에 자산시장에 엄청나게 거품이 껴 있어 이게 빠지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름대로 세계경제를 지탱해줬던 브릭스(BRICs) 나라들은, 중국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초감속이다. 그리스, 스페인 문제도 봉합해놓은 수준일 뿐 해결된 게 아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나.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도 높고, 경제수준에 비해 자본시장도 굉장히 개방돼 있다.
높은 무역의존도는 장기적으론 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키면 줄일 수 있다.
단기적으론 자본거래세를 매기든지 해서 투기성 자본의 유출·입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뭐든 문제가 안 될 때 고쳐놓아야 좋다. 문제돼서 들썩이기 시작할 때 한다고 하면 외국투자자들이 비난하는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어렵다.”
△국내 강연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어떤가.
“우리나라 학생들 참 똑똑하다. 재능을 발휘할 기회만 주어지면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젊은이들인데 지금 상황이 이러니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하고 안전 위주의 일만 찾고, 삐끗해서 어느 선 이하로 떨어지면 인생이 고달파지니까 두려움도 많은 것 같다. 젊은 세대들에게 참 미안하다.
지금 40대 중반 정도까진 고도 성장기 때라 적당히 공부해서 괜찮은 학교 나오면 다 취직했잖나. 그런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책임지는 자리에 앉아서, 사악한 계획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더라도 젊은이들에게 인턴이니 뭐니 자신들은 하지도 않았던 모든 걸 강요한다. 지금 40대 중반 이상의 세대는 반성해야 한다.”
△청년실업 해결할 묘안은 없나.
“복지를 잘하면 그 문제도 일부는 해결된다. 장기적으로는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경제를 업그레이드 하고 좋은 일자리도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복지제도를 통해 기본생활을 보장해주면 비정규직이라도 그렇게 고통스러운 건 아니니 우리나라처럼 사회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청년실업, 양극화 등 쉽지 않은 문제들인 것 같다.
“경제문제는 풀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 자연재해는 아니잖나. 완전히 풀진 못해도 최소한 악영향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어느 정권이건 6개월 만에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 또 지난 6개월 간 북한 문제, NLL 논란, 국정원 사건 등 너무 일이 많아 이 정권이 경제정책에 거의 신경을 못 쓴 것 같다. 잘한 건 아니지만 이해가는 면도 있다.
바라는 바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복지에 대한 장기적 틀을 짜서 국민합의를 도출했으면 한다. 2년 후에도 장기 비전 없이 계속 세 부담 인상선을 얼마로 할 거냐를 두고 싸우고 있으면 문제다.”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창조경제 방향은 참 좋다. 헌데 복지 및 사회통합과 잘 조합시켜야 창조경제도 된다.
우마차 타고 다니던 시절엔 서서히 움직이니 마차에 브레이크, 에어백, 시트벨트 없어도 사고가 크게 안 났다. 하지만 지금은 힘센 차로 빠르게 달리니 교통신호도 잘 지켜야 하고, 에어백, 시트벨트도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복지제도다. 국민들이 진취적으로 뭔가에 뛰어들어보려 할 때 실패해도 밥 못 먹고 병원도 못 가진 않을 것이란 자신이 있어야 한다.”
△정치권에 바라는 바는.
“아쉽게도 우리나라 정치는 갈등해소·완화보다 갈등증폭을 일으키는 것 같다. 제가 이런 얘기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러니 독재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은 있다.
세법개정안 원안을 두고 민주당이 ‘세금폭탄’이라고 한 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그렇게 표현하면 우리나라에 앞으로 필요한 복지 내지는 세제 개혁에 대한 합리적 논의가 안 된다.”
△공교롭게 동생 장하석씨도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있다.
“2년 전까진 런런대 교수였는데 케임브리지대에서 자리를 얻었다.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 한다. 가뜩이나 동양 사람들 구별도 잘 못하는데 돌림자 써서 이니셜이 같고 생긴 것도 비슷하고. 물론 동생이 저보다 훨씬 미남인데 아무래도 비슷하니 가끔은 모르는 사람이 제게 아는 척하기도 한다.(웃음)”
△ 국내에서 역할을 맡을 계획은 없나.
“들어와서 가르칠 기회가 있으면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내지 행정적 자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저는 책 열심히 읽고 쓰고, 신문에 기고하고 인터뷰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한국에 더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