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적립금 운용규제 완화가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했다. 규정이 완화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금융권은 아직 시스템 구축 중에 있어 퇴직연금 가입자의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퇴직연금의 효율성 및 수익성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자산운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후 오히려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DC형 퇴직연금의 주식형 집합투자증권 비중(적립금 운용기준)은 지난해 말 0.3%(30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0%(17억원)로 하락했다. IRP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IRP기업형은 주식형 집합투자증권 비중이 0%로 변함이 없었고 개인형의 경우 0.2%(98억원)에서 0%(23억원)로 비중이 되레 축소됐다. 올 6월 말 현재 퇴직연금의 부동산펀드 투자는 전무하다.
이는 최근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탓도 있지만, 시스템 갖춘 금융사가 거의 없는데 기인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운용자산이 퇴직금이어서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며 “열거주의 방식으로 돼 있는 투자 대상을 보다 명확히하는 등 세부적인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초 DC형 퇴직연금과 IRP 적립금의 40% 이내에서 상장주식펀드(ETF)를 포함한 주식형·주식혼합형·부동산펀드 투자를 허용하는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금융위는 올 하반기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노동부 소관으로 법령 등의 개정 시 노동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연금시장 활성화가 하반기 금융비전에 포함된 만큼 이르면 오는 10월 중 (DC형·IRP 운용 관련) 투자 대상이나 한도 등 가이드라인 대한 대략적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