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2월 한섬을 지분 34.64%를 취득하면서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정재봉 전 한섬 대표이사의 몫을 인수한 것이다.올해 3월에는 정재봉 전 대표이사를 대신해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이 회사 대표직에 오르는 등 지배력과 경영권이 모두 정지선 회장의 산하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섬 지분과 경영권을 현대백화점측에 넘긴 정재봉 전 대표이사가 현재까지 그룹 정지선 회장과의 특수관계인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섬이 최대주주로 있지만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계열사인 한섬피앤디 때문이다. 한섬피앤디의 최대주주은 지분 66.2%를 보유한 한섬이다. 그러나 한섬피앤디의 경영진은 모두 정재봉 전 대표이사측 인물들이다. 정재봉 전 대표도 한섬피앤디의 임원으로 등기가 돼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그룹 총수 또는 특수관계인이 지분 30%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일 경우 계열사로 편입시키도록 하고 있다. 또 계열사의 등기임원은 그룹 총수과 특수관계인 관계가 성립한다. 정재봉 전 대표는 정지선 회장과 특수관계인 관계이며 정 전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도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 전 대표가 소유한 개인회사인 한섬커뮤니케이션과 사우스케이프는 정지선 회장의 지배력이 없지만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돼 있는 상태다.
정 전 대표는 한섬피앤디를 중심으로 부동산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현재 정 전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한섬피앤디와 한섬커뮤니케이션, 사우스케이프의 총자산은 35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그룹 총자산 11조5170억원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지선 회장이 한섬을 인수한 후 정 전 대표와 연결된 회사들과 지분 관계를 정리하지 못해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정지선 회장과 정 전 대표간의 계열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로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양측간의 독립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상호간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 전 대표가 개인회사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저촉이 될 수 있는 채무보증, 상호출자 등이 발생할 경우 정지선 회장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정 전 대표이사 입장에서도 규제의 폭과 강도가 높은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에 개인회사들을 굳이 놓을 필요가 없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재 상태의 지배구조에 대한 계열분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