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신임 국민은행장은 지난 7일 한국은행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람이 최우선이며 모든 사람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기본원칙 하에 앞으로의 인력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장은 지난달 22일부터 14일간 노조의 퇴진을 요구 받으며 출근 저지를 당했으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협약서에 합의, 비로소 노조의 문턱을 넘은 바 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며 계열사 대표 등에 내부출신을 중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후에야 노조는 10여일간 지속해온 출근 저지 투쟁을 중단했다.
임 회장은 또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노조 대표를 만나며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취임 후 우리은행 인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임 회장의 입장도 노조의 주장과 일치한다.
지난 6월 새 CEO를 맞이한 우리금융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계열사 노조위원장 8명과‘폭탄주 회동’을 하며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맥주에 소주를 섞은 폭탄주를 여러 잔 만들어 돌리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노조가 매각 과정에서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달 열린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는 “함께 뛰자”며 직원들에게 직접 구두를 신겨주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취임 후에 조직을 장악해야 하는 새 CEO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1순위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최근 ‘금기어’가 돼 버렸다”며 “그러나 구조적인 실적 악화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약속한 것들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