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패러다임 시프트]집주인, 고정수입 월세 전환… 세입자, 목돈없어 ‘눈물의 반전세’

입력 2013-08-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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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매물 품귀 현상

#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주부 박진주(36가명)씨는 집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오는 9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 대로 집주인이 전셋값을 6000만원 올려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사 갈 생각도 했지만 현재 전세 매물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주변에서는 “웬만하면 대출받아 올려 주든지 증액된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집 보증금도 대출받아 마련한 건데 더 이상 대출을 받는 건 무리다.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정난(62가명)씨는 최근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보유 중인 아파트를 보증부월세(반전세)로 내놓았다. 김씨는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매월 수십만원씩 고정적인 수입을 갖는 게 나 같은 장년층에게는 중요하다. 목돈을 은행에 넣는 것보다 매달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이득이다”고 전했다.

전셋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이어지던 ‘전세대란’은 올해 역시 무서운 속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현재 서울수도권에서 전셋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보통 봄가을 이사철과 방학 등 특정 시기에 전셋값이 오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수기, 비수기 따로 없이 늘 전세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지만 매매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전세 매물이 귀한 현재 주택시장 패러다임은 매매가 아닌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집값 하락이 이어지자 무리하게 집을 사서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도권 월세 거래는 14만8732건으로 지난해 동기 11만9336건보다 약 25%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 전세 거래는 26만3709건으로 지난해 26만8953건에 비해 2%가량 줄었다. 또 서울시에 신고된 임대계약 중 월세 비중은 2011년 1월 29.8%, 올해 6월에는 33.5%로 증가했다.

서울에서도 임차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송파구 잠실동의 1분기 월세 계약은 313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224건보다 40%가량 증가했다.

국토부와 서울시 통계는 모두 세입자들이 확정일자 신고를 한 거래를 대상으로 집계한다. 통상적으로 보증금이 없거나 낮은 경우 세입자들이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세 계약 증가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노원구 상계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최근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의 2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월세 매물이 급증했다. 송파구 신천동 일대 중개업소 역시 50만원부터 200만원까지 다양한 월세 매물이 나왔다.

송파구 신천동 소재 Y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없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매매보다 반전세 매물이 크게 늘었다. 잠실 인근 부동산들이 다 그렇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반전세와 월세 물량이 과반을 넘게 차지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수요자들도 이런 환경에 길들여지고 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마땅한 전세 매물을 찾을 길이 없자 차선책으로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 9월 결혼을 앞둔 김인하(27)씨는 서울 강남권에 3억원선에서 전세를 구하려다 결국 실패해 월세로 눈을 돌렸다. 김씨는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현재 집값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대출을 받아 굳이 내 집을 장만할 바엔 보증금을 좀 많이 넣고 반전세 식으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반전세가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워 월세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이 집을 살 만한 소득 수준이 아니고 전세 역시 가격이 너무 올라 이를 감당할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월세 대신 전세를 놓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거나 비과세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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