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이 미국 자회사 PMX Industries의 끝모를 실적 악화에 시름하고 있다. 이미 26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45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수혈하는 등 해외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모기업인 풍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일 풍산은 미국 자회사인 PMX Industries에 455억5200만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PMX는 풍산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1989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한 자회사다. 미국 조폐국에 동전 소재용 금속을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동 가격 하락 및 수요 부진에 따른 가동률 저하로 고정비와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매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흑자를 낸 분기가 손에 꼽힐 정도다. 2011년 2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2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PMX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모기업 풍산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풍산은 지난 2009년 유상증자를 통해 PMX에 249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어 2010년 251억원, 2011년 213억원, 최근에는 45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5년간 PMX에 수혈한 자금 규모만 1168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1년말 기준 2611억원 규모의 지급보증도 서고 있는 상황이다.
모기업인 풍산은 비철금속 및 탄약류를 만들고 있다. 방산 사업의 안정적인 매출로 지난해 2조9002억원의 매출액과 12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동비율 160%, 부채비율 125%로 재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PMX가 풍산 연결기준 자산의 13.3%를 차지한 다는 점에서 계속된 자금 수혈은 풍산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풍산은 방산 산업의 독점적인 위치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상 거시경제와 원자재값 상승에 실적이 좌우 되는 만큼 자회사 PMX 실적부진과 유상증자가 지속된다는 점은 재무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풍산이 애물단지인 PMX를 정리하지 못하는데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부시 전 미 대통령 등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데다 방산 산업을 주요사업을 하는 만큼 미국 시장의 교두보인 PMX를 철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