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대책을 물품구매에 한정짓지 말고 시설공사 분야까지 확대, 제도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비리는 물품구매와 관련된 비리였지만 (최근 김 전 사장이) 용수설비업체 H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것은 한수원 비리가 시설공사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검찰 원전비리 수사단은 지난 7일 김 전 사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내 최대 발전소 용수설비업체 H사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다.
정 의원에 따르면 H사는 2004년 신고리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를 비롯해 2008년 신고리 3·4호기, 2011년 신울진 1·2호기 등 총 8기 원전에서 실시된 ‘용수처리설비 입찰’에서 모두 낙찰돼 시공과 사후관리를 독점하고 있다. 예산대비 계약액 비율도 100%에서 97% 수준이어서 H사가 높은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했음을 알 수 있다.
H사가 고가 독점수주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규업체 입찰을 막는 입찰참가자격 때문이라는 게 정 의원의 분석이다. 한수원의 입찰참가자격엔 ‘최근 10년 이내에 1000MWe급 이상 발전소에 입찰안내서 상의 구매품목 기술사양과 동등한 정도의 용수처리설비(복수탈염, 수처리, 염소생산, 화학약품주입, 펌프 및 탱크)를 설계, 제작, 공급하여 1년 이상 정상운전된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 중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업체는 H사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외국업체 O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국내 J사도 2004년부터 수 차례 입찰경쟁에 나섰지만 한 번도 낙찰된 적이 없다"면서 "이런 현상은 화력발전소의 수처리 입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업계에선 2인 이상 입찰에 나서야 유효한 경쟁입찰에서 J사 등이 H사의 낙찰을 위한 들러리를 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입찰참가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해 특정업체의 공사 독식 구조가 형성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검은 커넥션’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한수원 비리에 대한 대책은 기존의 부품구매에 한정해서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 대처하지 말고, 시설공사 분야까지 확대해서 조달체계 전반에 걸쳐 부패와 비리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한 뒤 제도적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특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비리가 파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입찰참가자격’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