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얼굴 없는 골퍼’인가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7-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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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C 투데이쇼에 출연한 박인비.(사진=뉴시스)

‘소양강처녀’ 김태희(62), ‘부산갈매기’ 문성재(61)…. 이들의 공통점을 아십니까.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지만 ‘얼굴 없는 가수’입니다. 노래는 유명하지만 이름이나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죠. 노래방, 대학가에서, 또는 응원가로 절대 빠지지 않는 국민 애창곡이지만 정작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대부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난주 끝난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한국인 골퍼는 누구일까요. 네, 박인비(25ㆍKB금융) 맞습니다. 그럼 박인비 선수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시나요.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을 했냐고요. 얼마 전 한 지인이 “박인비가 어떻게 생긴 선수지?”라고 묻더군요. 지인은 평소 골프를 즐겨하는 주말골퍼지만 박인비 선수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순간 박인비 선수가 ‘얼굴 없는 골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 골프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박인비가 ‘얼굴 없는 골퍼’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혹시 손연재 선수가 최근 어떤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 아십니까. 공교롭게도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우승입니다. 박인비의 LPGA투어 메이저대회 3연패와 비할 바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인비가 ‘얼굴 없는 골퍼’로 불린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대중의 편견이 두렵습니다. 가수는 가창력, 골퍼는 골프실력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옳습니다.

‘얼굴 없는 가수’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대표적인 가수는 김범수입니다. 그는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뛰어난 가창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나가수’ 캐스팅 당시 김범수라는 가수의 얼굴을 알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뛰어난 가창력이 있었기에 대중 앞에서 재평가될 수 있었습니다. 대중은 그의 뛰어난 가창력에 찬사를 보냈고, 실력 있는 가수는 언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됐습니다. 만약 김범수에게 ‘나가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도 ‘얼굴 없는 가수’로서 가수생활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겠죠.

운동선수는 더 그렇습니다. 그만큼 스폰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박인비는 얼마 전 든든한 후원군이 생겼습니다. 이제 ‘얼굴 없는 골퍼’로 전락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주 박인비 선수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자는 흔한 상상을 했습니다. 우승트로피를 든 박인비 선수의 사진이 들어간 신문지면 광고입니다. “국민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그룹은 늘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광고 카피까지 상상해봤습니다.

그러나 기다렸던 광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볼 수 없었죠. 며칠이 지나 해당 기업의 지면 광고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광고에는 박인비 선수가 아닌 김연아, 손연재 선수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도저히 납득지 되지 않습니다.

골프선수에게 스폰서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금전적인 이익 때문이 아닙니다. 프로골퍼로서 자부심과 소속감이 더 큽니다. 또 박인비의 노력과 실력에 걸맞은 세련된 스포츠마케팅이 뒷받침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박인비가 ‘얼굴 없는 골퍼’의 설러움을 겪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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