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상한 전화번호 ‘2-32-18186’-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입력 2013-06-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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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는 이상한 번호 하나가 저장되어 있다. ‘2-32-18186’이다. 이 번호는 1년에 꼭 한번 직접 통화하는 특별한 전화번호다. 이 전화번호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미국 영토에서 태어나거나 미국 시민권자의 자녀는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가질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데, 한국이나 미국 모두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나이 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대학 1학년을 다니던 중 한국 국적을 가질까, 미국국적을 가질까를 고민하다가 고3때 담임이었던 나를 찾아와 상담을 하게 되었다.

나는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일부러 원정 출산도 가는데, 너에게 주어진 권리를 왜 포기하느냐고 말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갖고 한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큰 영향력으로 너를 낳아준 한국을 위해 일하는 멋진 사람이 되라고 격려하였다. 아울러 기회가 되면 군 복무를 하여 군대를 면제 받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비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라고 말해줬다.

그러던 어느날 제자가 국군 수도병원 중환자실에 있다는 믿지 못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곧 바로 조퇴를 하여 국군 통합병원을 한달음에 달려갔다. 먼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제자들이 나를 보자 부둥켜 안고 엉엉 우는 게 아닌가? 나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아이가 왜 병원에 누워 있느냐고 아이의 어머니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튀어 나왔다. “선생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대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원망하며 울기만 하였다.

잠시 뒤 어렵게 중환자실에 들어가 이 아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아이가 2년 만에 죽음을 기다리고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지는 제자의 얕은 숨소리.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게 이 아이는 조국의 품에 영원히 안기게 되었다.

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는 바로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제자의 묘역 묘비 번호다. 올해도 이 번호를 들고 제자들과 함께 대전현충원을 찾아간다. ‘사병 2-32-18186’‘멋진 청년 백귀보’ 나라와 민족 앞에 떳떳하기 위해 살았던 짧은 너의 삶을 선생님은 영원히 추억하며 기념할 것이다. 귀보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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