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중 칼럼]더욱 의미가 커진 한·중 정상회담

입력 2013-06-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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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논설실장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의 격(格)을 문제 삼아 12일로 예정됐던 남북 당국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북한의 대화 제의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 직전 우리 측에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했다. 우리 정부는 장관급으로 회담을 갖자고 역제의했고 실무회담을 거쳐 당국회담으로 격은 낮아졌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측 수석대표가 장관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아 북측 대표단의 서울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회담을 갖지 않으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동시에 명단을 교환하자고 고집한 것이나, 우리 수석 대표의 격을 트집 잡아 판문점 연락관을 철수시킨 것은 협상의 여지를 없애 회담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밖에 보기 어렵다.

특히 북한이 수석대표라고 통보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우리 정부 판단으로는 차관보급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격이 맞지 않다는 트집은 상식 이하다. 그러면서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이라며 회담 무산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 당국에 있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여 회담 자체가 무산됐다고 오히려 우리 정부 탓을 하지만, 사태의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다. 굳이 박 대통령의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는 발언이 아니더라도 국가 간 회담은 형식과 격을 갖춰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국제적 고립을 회피해 보려는 얄팍한 전략적 제스처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미·중 정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루자 북한으로서는 남한과의 대화를 해야 할 명분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회담 자체를 무산시켰을 법하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던 우리의 입장이 딱하게 됐다.

우리 내부에서 양비론적으로 접근하며 우리 정부 탓을 하는 것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밖에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뜬금없는 대화 제의는 국제사회를 겨냥한 포석 외에 우리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때마침 6·15행사를 핑계로 정부를 압박하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봐도 그렇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회담의 형식과 명분이 상호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바란다면 과거의 굴욕적 협상 태도와 방식을 버려야 한다.

북한이 언제 다시 회담을 제의할지는 알기 어렵다. 이번 일을 기화로 개성공단 입주 우리 기업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또다시 강경 자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의도가 파악된 만큼 더 이상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의 의미는 한층 커지게 됐다. 북한 핵에 대한 한·중·미 3국 간 공조를 위한 교차 정상회담의 마지막 절차라는 점에서 그렇다. 중국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유도하는 압박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는 어떤 경우라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유효한 성과를 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G2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지만, 비핵화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한·중 정상회담의 최대 과제다.

북한이 핵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겠지만, 중국이 진실로 북한 핵의 폐기를 바란다면 못할 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패 여부도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정상회담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보다 자본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와의 경제협력 확대가 중국 국가 이익에 더 부합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리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덧붙여 일본과의 문제에서도 중국과의 공조는 중요하다. 과거사에 대한 확실한 반성 없이 갈수록 우경화하는 일본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공조체제를 한층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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