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채무조정 명과암]빚 구제에 나선 정부… 형평성·도덕적 해이 논란

입력 2013-06-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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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자 최대 100만명 예상… 정부지원에 ‘일단 버티고 보자’

국가가 국민의 빚을 갚아주는 시대가 왔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의 빚 탕감을 통한 자활 유도를 대선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미 국민행복기금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 소외계층 구제에 나선 상태다. 금융위원회, 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등 각종 기관이 총동원됐다. 정부 추산으로 올해에만 최대 100만여명이 채무조정을 통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건국 이래 이 같은 대규모 서민구제책, 빚 탕감이 집행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나라 살림이나, 갈수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과감히 약속 이행에 나섰고,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신음하던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은 이제 삶의 희망을 갖게 됐다.

실제 채무조정 효과는 피부에 팍팍 와 닿고 있다. 캠코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지난달 말 기준 12만3889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학수고대했던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대상이 연대보증 채무자까지 확대되면서 올해 수혜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 하반기 국민행복기금 대상에 ‘서민금융 3종 세트’인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연체자까지 포함될 경우 최대 70여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행복기금의 또 다른 형태인 저금리 전환 대출 ‘바꿔드림론’도 대상을 확대해 올 연말까지 7만~8만명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최근에는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 채무로 신용불량자가 된 11만명도 추가 구제키로 했다. 이들의 채무는 최대 70%까지 감면된다. 제2의 행복기금인 셈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 채무조정과 개인 워크아웃 대상 확대, 캠코의 보유 채권 채무자에 대한 원금 감면 등 여러 정책을 통해서도 수만명의 채무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교차하는 법. 정부의 전방위적 서민구제책, 빚 탕감이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조차 외면하는, 빚마저 낼 수 없는 사회의 최극빈층에 대한 배려 문제가 그것이다. 사회 전반을 끌어안고 보듬는 정부의 섬세한 대상자 선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의 채무조정 방안이 연이어 발표되자 ‘국가가 개인 빚까지 갚아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무 버티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 접수 결과 소액·저소득 채무자가 예상보다 많아 도덕적 해이 논란은 일정 부분 잠재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동안 묵묵히 상환 의무를 다해온 성실 상환자들에게는 큰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직은 성실 상환자들의 동요가 우려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정부의 계속된 채무조정 방안 발표에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지원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단 버티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 빚 안 갚는 사회를 정부가 조장한 꼴이다.

최근 정부가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채무자까지 구제키로 발표한 뒤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이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대상 확대를 촉구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의 불길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 빚 탕감 구제책이 정책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고 집행과정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성실 상환자에 대한 혜택과 빚조차 낼 수 없는 사회 최극빈층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서민 연체자의 채무조정과 균형을 이룰 때 이상적인 정책집행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 국민행복기금이 금융소비자 보호 가치와 충돌을 빚는 부분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은 서민을 돕는 정책이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와는 무관하거나 역행한다”며 “국민행복기금의 재원 마련 과정에서 은행들이 어느 정도 손실을 봤고 결국 금융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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