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면 유쾌한 골퍼, 이일희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5-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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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일희(25ㆍ볼빅)가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았다.

미국 땅에서 첫 번째 트로피에 입을 맞추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일희에게는 40년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시드가 있어도 모든 대회 출전은 불가능했다. 경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즌 중에도 중간 중간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대회 출전을 하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도 싶었다. 그럴 때마다 “일단 버티자”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그를 붙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꿈이다. 그에게 꿈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다. 그의 꿈은 오로지 LPGA투어 챔피언이다.

이일희는 LPGA 챔피언의 꿈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에게는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 않았다. 덕분에 누구 앞에서도 당당했다. 스폰서 앞에서도 할 말은 했다.

200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정식 프로데뷔 했지만 메인스폰서 없이 2년간 투어를 전전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고집스러움 앞에 스폰서들도 당황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택의 길로에 섰다. 두 개의 기업이 동시에 이일희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그의 선택 기준은 단순했다. 오로지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는 회사였다. 결국 그는 계약금은 따지지 않았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서명했다.

그는 꾸밈이 없고 순수하다. 타인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색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그는 타인을 기분 좋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함께 있으면 누구나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으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타인의 플레이와 기분만 신경쓴 나머지 자신의 플레이는 엉망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일희와 함께 플레이를 원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는 항상 희생한다. 타인 보다 부지런하지만 양보하는 하는 마음이 습관화 돼있다. 그래서 손해를 보는 일도 많다.

골프는 개인주의적인 스포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물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고 해서 벌타를 받는 일은 없다.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그는 꿈을 위해 고집스럽게 달려왔다. 그러나 가까운 길은 타인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먼 길을 돌아온 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꿈을 위해 타인을 먼 길로 내모는 사람이 많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골프는 골프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일희는 고집스럽게 꿈을 이뤄왔다.

언제든 타인을 즐겁게 하는 골퍼, 한 번 라운드 하면 다시 한 번 라운드 해보고 싶은 골퍼, 승패를 떠나 늘 즐겁게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퍼, 기자도 이일희와 같은 사람과 라운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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