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KONEX)에 대한 비상장 중견·중소기업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태다. 중소기업들은 스팩(SPAC) 시장도 고사되고 있는 실정에서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벤처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왔던 코넥스 시장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장요건 완화도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메리트를 감소시킨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코넥스 신설로 기업의 자금난 해소와 함께 벤처 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금융 이용 및 애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중소기업의 70.0%가 코넥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9%는 코넥스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관심이 없다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으며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0%에 불과했다. 특히 비수도권 기업 중 코넥스에 관심을 표명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코넥스 설립 이후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81.3%가 ‘참여 의사가 없다’고 답했으며, ‘준비는 안 했지만 계획 있음’이 15.3%였다. 상장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불과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시장도 ‘고사’ 직전인데 = 그동안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목표로 하던 비상장사들에 코넥스는 최적의 시장이다.
상장 규정이 △자기자본 5억원 △매출 10억원 △순이익 3억원 이상 등 3가지 요건 가운데 1가지만 충족하면 가능해 웬만한 우량 벤처기업들은 기존보다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코넥스를 통해 상장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PAC을 통해 쉽게 입성할 수 있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직접 상장이 어려운 기업들이 증권사가 설립한 SPAC을 통해 우회상장 형태로 손쉽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게 했는데 정작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 보니 SPAC 활용에 점차 소극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코넥스 역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A 중소기업 관계자는 “SPAC이 우회상장 형태이긴 하지만 직상장하는 것보단 많은 점이 유리했다”며 “굳이 SPAC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도 있었는데 하위 시장인 코넥스에 입성하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SPAC을 통해서도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데 코넥스에 입성하면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B 중소기업 임원은 “SPAC으로 상장을 하려 해도 제대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고, 상장을 했다 하더라도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코넥스에 상장하면 올바른 기업 평가가 나오겠냐”고 지적했다.
◇각종 규제 완화로 시장 혼탁 우려 = 시장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 감사인 지정 등 면제, 공시의무 등을 축소한 코넥스 시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도 대주주의 횡령 및 배임, 작전 세력 등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제도가 감축된다면 이에 대한 노출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C 중소기업 관계자는 “문턱을 낮춘 만큼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감사인 지정 의무를 면제해 준 것은 사실상 최소한의 감시 장치마저 없애 버린 것”이라며 “코스닥 시장보다 작전세력들이 훨씬 더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시의무를 강화한 코스닥에서도 변칙 상장과 대주주 횡령·배임, 회계 부정과 불성실 공시가 여전히 판을 치는 마당에 코스닥 상장 요건에도 미달하는 기업들에 공시의무까지 크게 덜어주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환우선주 상장 요건 규제…기관 참여 ‘글쎄’ = 코넥스의 활성화를 주도해야 할 벤처투자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벤처투자업계는 거래소에 상환우선주의 상장요건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대개 벤처캐피털은 초기 단계의 중소기업에 투자할 때 우선주 배당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IPO(기업공개)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상환권 행사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RCPS를 선호한다.
벤처캐피털의 비상장기업 투자분의 40% 가량이 RCPS 형태다.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프로젝트 자금을 제외하면 RCPS 비율은 60%까지 높아진다. 보통주,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는 30% 가량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이 기관들의 참여로 이뤄지는데 이미 투자한 비상장기업들을 RCPS로 투자해 코넥스 상장에 대한 제한을 못하고 있다”며 “상환우선주의 상장요건이 완화되지 못한다면 기관들의 참여가 얼마나 활발해질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활성화에는 긍정적 = 하지만 장기적으로 코넥스는 전체적 중견·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학수 대성창업투자 대표는 “현재는 코스닥이 거의 유일한 회수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넥스를 활성화시켜 회수시장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넥스를 회수시장으로 키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 중소기업 CEO는 “정책당국이 코넥스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인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활성화 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기준을 3억원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환영하며 그동안 각 분야별 지원에 그쳐왔던 벤처정책이 이번에 창업-성장-회수-재투자라는 벤처생태계 전반에 걸친 종합대책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