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고통…“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입력 2013-05-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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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과에서 환자를 돕는 치위생사로 일하는 박모씨(25)는 고객들의 막무가내 생떼쓰기에 진이 빠진다. 업종 특성상 미리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더욱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제품을 미리 써보고 돈을 지불한다고 하면 수 백 번 웃는 얼굴로 설득을 해요. 그러면 고객은 ‘자신을 못 믿냐’며 갑자기 서비스 질에 대해 욕을 하고 급기야 돈을 내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죠.” 박 씨는 “이러한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나며 이제는 사람 대하기가 싫어진다. 분풀이로 나도 사람을 막 대하게 될 때도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우울증, 대인기피증…“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 박씨와 같이 얼굴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이처럼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인신공격에 대인기피증이 생겨 은둔형 외톨이가 된 사람도 있다. 반말과 욕설에 시달려 공황장애까지 겪었다는 피해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서비스직군 등 대인업무를 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분포 돼 있다. 지난 30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감정노동의 직업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상대적으로 많이 수행하는 직업군 1위에 항공기 승무원이 꼽혔다. 하지만 서비스 직군을 비롯해 다양한 직종에 퍼져있는 감정노동자를 수치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피해에도 현장에서의 대처는 전무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사무금융연맹이 실시한 콜센터 실태조사에서 직원들은 월 평균 14.8회 폭언을 들었다고 답했으며, 매달 성희롱횟수도 1.16회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대처를 묻는 질문에 48.0%는 ‘다시 전화에 집중’한다고 답했으며, 37.3%는 ‘잠시 휴식’을 갖는다고 답했다. ‘동료에게 상담’은 12.9%였으며, ‘경찰에 신고’하는 대처는 0.4%에 불과했다.

◇‘감정노동법’ 발의는 했지만…‘인식’ 개선이 필요해 = 심상정 의원은 지난 10월 감정노동도 산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 발의를 했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의 법률이나 법해석에 따라서도 충분히 산재 신청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신청이나 인정 모두 건수가 굉장히 낮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재 인정여부 판단도 안 되고 정신질환의 업무상 질병판단위원회가 규정하기 어려워서 방치됐다”면서 “전체적인 현황과 규모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고 업종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기업들이 마련한 ‘고객 대응 메뉴얼’과 일명 ‘미스테리 쇼퍼’와 같은 감시·감독이 감정노동자를 더욱 몰아세우고 있는 현실에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처 방안과 관련해 사용주인 기업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즈리서치 대표 오숙영 덕성여대 교수는 “고객 대응 메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평상시 메뉴얼은 갖춰놓고 문제상황을 대비한 행동지침은 없다”며 “감정노동자들은 일단 피해를 받으면 그 현장에서 피해를 보거나 아니면 피하는 것이 전부이다”고 밝혔다.

피해가 피해를 불러오는 악순환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 교수는 “가장 무서운 것은 사회병리현상”이라며 “문제는 자신이 받은 정신적 피해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결국 확대 재생산 된다.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양교육이 절실하다.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서의 이미지도 위상도 높아졌는데 그에 맞는 품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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