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공의료]적자 경영에 ‘줄폐업’ 위기 고조

입력 2013-04-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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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원 문제점, 흑자경영은 34곳 중 고작 7곳뿐… ‘방만 운영·노사 갈등’ 문제 심각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전국 지방의료원들의 현주소와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경영 현황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민간병원이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한 ‘돈 안 되는’ 서비스를 담당하다 보니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적정·양심진료’를 하다 보니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의 주장도 같은 내용이다.

반면에 경남도 등 일각에서는 경영부실, 관리감독 부실도 있지만 강성노조가 자신들의 잇속만 챙겨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아예 문을 닫겠다고 극단의 선택을 하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료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휴업 이틀째인 지난 4일 진주의료원 환자들이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원 휴업을 철회하고 가난한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수익 대비 인건비 80% 초과

복지부가 발표한 지방의료원 34곳의 경영현황을 보면 흑자를 낸 의료원은 2011년에 7곳, 2010년에 6곳에 불과했다.

2011년에는 청주·충주·서산·포항·김천·울진·제주가, 2010년엔 청주·충주·서산·안동·김천·울진이 각각 흑자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수십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의료수익만 따져서 흑자를 기록한 곳은 김천 한 곳뿐이다.

김천을 제외한 흑자 의료원들은 영안실 등 의료외 수입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하지만 ‘잠재채무를 고의로 누락해 적자를 흑자로 위장했다’는 내부 직원의 민원제기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나마 흑자를 보인 의료원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시설투자 등 지출이 늘어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 의료 수익 적자 규모는 진주의료원 75억원, 서울 358억원, 부산 118억원, 인천 93억원 등이다. 누적적자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른다.

전국 지방의료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69.8%. 특히 제주는 101.6%나 되고 서울(82.8%), 강릉(95.1%), 속초(86.0%), 영월(82.3%), 강진(80.2%), 울진 (83.3%) 등은 80%를 넘는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시설개선이나 장비도입 등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공공병원 줄폐업 ‘도미노’ 우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4곳의 지역의료원의 줄폐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매년 40억∼60억원의 손실로 현재 279억원 부채를 안고 있다. 경남도 측은 지난 2월 회생 가능성이 없고 그냥 두면 3~5년 안에 자본금을 잠식하고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도 강성 노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도가 운영하는 원주·강릉·속초·삼척·영월 5개 의료원 가운데 일부도 심각한 경영난으로 청산 요구에 직면했다. 5곳의 적자는 800억원이 넘는다. 2010년부터 3년간 국·도비 등 모두 268억8600만원을 지원받고도 체불임금이 793억원에 이르는 등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상실한 일부 의료원을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하거나 매각 등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도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강원도는 일단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는 등 경영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은 공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안일하고 방만한 운영,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심각한 노사갈등, 해당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등도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도와 의회에서 40여 차례나 경영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노조가 이를 거부했고, 감사 결과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고 경남도 측은 주장했다.

반면에 노조는 무능한 공무원과 의료원장 파견과 선임, 우수 의사수급 실패, 의사 집단 사직 등 관리운영 실패 책임을 오히려 노조 측에 뒤집어씌운다고 반박했다.

충남 천안의료원은 운영자금 차입 절차 부적정, 감염병 환자 신고 소홀, 의료장비 취득·처분 및 물품관리 업무 소홀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경우다.

2011년부터 2년간 충남 도지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4회에 걸쳐 7억5000만원을 은행에서 부적절하게 차입했고, 2011년 7월에는 개인에게서 1억5000만원을 빌리면서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도 않았다. 이사회 의결 없이 41억여원 상당의 의료비품을 원장 결재만으로 구입했다.

이곳은 직원 129명의 임금 23억원을 체불한 상태다. 450억원의 국·도비를 투입해 206병상 규모로 지난 2011년 신축 이전했지만 경영난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주민들 철저히 배제

공공의료기관 폐업에 따른 피해자는 국민, 바로 서민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설립 목적은 민간이 기피하는 진료과목을 유지해야 하고, 의료급여 환자나 노숙자 등 의료취약계층의 진료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역할은 접어두고 경영 측면에서의 공공의료기관의 평가에 무게를 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5일 충남도 등 5개 지역 의료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게 옳다”며 “공공의료의 성격을 시혜적 의료로 규정하지 않으면 공공과 민간 양쪽의 무한경쟁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이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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