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의 압박에도 4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국은행이 경기전망에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과 정부 간의 정책 공조는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는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존 견해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올 성장세가 지난 1월 전망 때처럼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각에서 금리인하 요구의 주요 근거로 드는 '낮은 물가'도 하반기엔 3%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 경제성장률을 올 1월 전망했던 2.8%에서 2.6%로 0.2%포인트 낮췄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성장전망을 3.0%에서 2.3%로 0.7%포인트나 대폭 낮춘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0.2%포인트가 낮아진 것에 대해 김 총재는 지난해 3,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추정치보다 각각 0.1%포인트씩 낮아졌고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도 0.1%포인트 낮아진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전제 변화 요소를 제외하면 1월 전망을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다.
한은은 여기에 더해 우리 경제의 전망을 1월에 비해‘상·하방 리스크가 중립적’이라는 긍정적인 멘트로 바꿨다. 이는 “느끼기 어려울 만큼의 미약한 회복세마저 꺾일 수 있는 하방 위험이 큰 상황”이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시각차를 보였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결국 경기상황의 시각차가 한은과 정부 간 통화-재정정책의 엇박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대신 총액한도대출 확대 카드를 꺼냈다. 금통위는 이날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3조원 늘려 우수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총액한도대출 증액의 정책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작년 10월에도 총액한도대출을 7조5000억원에서 9조원으로 늘려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했다.
그러나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실적은 404억원에 그치며 부진했다. 때문에 이번 총액한도대출 증액 또한 유동성의 고착상태에 빠진 현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읽은 한은의 오판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경기부양에 '올인'한 정부와 엇박자가 지속된다면 향후 경기 낙폭이 심해질 경우 책임론과 실기론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