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당혹스런 재계… 예외조항 마련 목소리

입력 2013-03-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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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삼성·STX 등 국내 주요그룹 난색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부과가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과세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상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기업 상황에 맞지 않아 예외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세청은 오는 7월부터 재계 총수 일가의 지분보유 30%, 내부매출 비중 30%가 넘는 기업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 상태라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이 예상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세금과세 대상 기업들 중 현대차그룹, 삼성그룹, STX그룹 등 국내 상위권 그룹과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줄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수 일가가 가장 많은 과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은 난관에 봉착했다. 과세 대상 8개 계열사 중에서도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31.9%의 지분을 가진 현대 글로비스로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중소물류기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차를 해외에 실어 나르는 해외 물류 비중이 약 85%로 내부거래를 줄이고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려 해도 이 정도의 물동량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는 대기업 또는 글로벌회사 수준에 한정된다”며 “무작정 일감 몰아주기 비율을 줄이고 배분을 하기 위해 또 다른 대기업에게 일감을 준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현대글로비스 업무는 중간에서 단순히 통행세를 받는 개념이 아니라 물류 전산망과 시스템, 유통망을 갖추고 물류 중개, 배분 이동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마땅한 회사도 없어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 비중 해소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이건희 회장 일가 지분율이 46%인 삼성에버랜드 내부거래 비중은 44.52%. 세금폭탄을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이다.

에버랜드는 리조트 사업에서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나머지 부문인 빌딩 관리사업을 통해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내부거래가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사옥 개념의 빌딩 관리를 다른 회사에 넘기게 될 경우 심각한 보안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삼성 측의 입장이다. 에스원에서 다른 곳으로 이관될 경우 보안장치, 사업구조, 인력 구성원 등 내부 기밀 사항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와 함께 거론되는 삼성SDS 역시 ‘보안’ 문제로 내부거래 줄이기가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내부 일감이라는 게 업무 특성에 따라 줄일 수 있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내부거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거래로 상위권에 거론되는 STX 그룹은 사실상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룹 자체 비즈니스 구조가 수직계열화돼 있어 일감몰아주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STX 그룹은 해운이 조선에 발주를 하면 중공업으로 엔진부품 등의 주문이 하달돼 최종 납품까지의 과정을 거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어느 정도 수직계열화에 따른 내부거래를 일부 인정한 상태다. 수직계열화의 생리와 궁극적으로 하청업체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어느정도 반영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룹 관계자는 “지나치게 그룹 의존도가 높거나 비즈니스와 전혀 상관없는 부분까지 물량을 내부로 몰아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제로 2005년 건설사업 초기 해외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 차원에서 내부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부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2010년에는 20%까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예외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필요성은 있으나 지금처럼 모든 가 아닌 부당한 경우만 규제해야 한다”며 “무조건 매출 비중 등을 보고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 삼기보다는 사업과 연관된 물량이 공급되고 있는지, 보안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 지 기준을 정해 가중치나 비중을 두고 판단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기업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정책의 취지도 쉽게 살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일감 몰아주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고난도 기술이 아닌 빵집 운영 등과 같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며 “보안, 대규모 물류 등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은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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