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되자 대형마트에는 담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있었던 생수나 라면 등 생필품 사재기 조짐은 거의 없어 대조를 보였다. 북한 이슈엔 내성이 생긴 반면 담뱃값 인상엔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11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는 담뱃값 인상 전에 담배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한 소비자는 점원에게 담뱃값이 언제 오르냐고 묻기도 했다. 몇몇 소비자는 담배 진열대 앞에서 담배를 살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격 인상 전 한 보루를 사면 최대 1만원에서 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소비심리가 꿈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보다 담배를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며칠 전에는 5보루를 사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담배를 사면서 담뱃값이 언제부터 오르냐고 묻는 손님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예전에는 마이너스였는데 최근 들어 플러스로 신장세로 돌아섰다”며 “담배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담배 한 보루를 산 김모씨(55·남)는 “담뱃값이 오른다기에 한 보루를 샀다. 안 오르더라도 어차피 놔두고 담배를 피울 생각이라서 보루로 샀다”고 말했다.
담배 사재기 현상은 동네 편의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용산구 한 편의점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하루 2~3명씩 꾸준히 보루째 담배를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편의점 주인은 “이전에는 하루에 담배 한 보루 사는 사람도 거의 있을까 했는데 요즘에는 보루로 구입하는 손님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게는 한 보루 많게는 2~3보루씩 사간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담뱃값 인상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영업관리 사원 이모씨(30·남)은 “예전에 담뱃값을 올린다고 했을 때 담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되기 전인 1∼5일간 롯데마트의 담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가까이 하락하다 6∼8일 사이엔 전년대비 매출이 16% 늘어났다.
한편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면서 북한 도발 우려에 대한 생수나 라면 등의 사재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북 도발 우려에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며 “북한 이슈에 내성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