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과의 전쟁]박근혜 정부, 불법 사금융 정조준하는 이유는

입력 2013-03-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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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시장규모 30조 추산… 지하경제 양성화 세수확보 복안

“현실적으로 불법사금융(사채)은 난치병과 같다. 이것은 치유가 되면 평범한 질병에 불과하지만, 치유되지 않을 경우에는 불치병이 돼 생명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채 문제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사채 피해 힐링 전도사’로 불리는 조성목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이 지난해 발간한 ‘머니 힐링’에 나오는 프롤로그의 한 대목이다.

조 국장은 사채업자가 제일 좋아하는 고객은 “이자가 비싸니 좀 깎아 달라”는 사람이라고 한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문이지만, 사채업자들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비싼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해석한다고 한다. 예쁜 여대생, 대학생 등에게 앞뒤 안 따지고 대출해 주는 이유다. 예쁜 여대생은 미(美)가 담보물이 되고, 대학생은 부모가 담보가 된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까지 갈 수 없는 서민들에겐 사채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카드발급조건과 금융서비스 규제가 강화되는 등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본격화됐다.

지난 2011년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각 정부부처가 연합해 불법사금융 척결 전담팀을 구성한 후 최근까지 검거한 불법대부업자는 1만700여 명. 추징한 세금만 2866억원이 된다는 것은 불법사금융이 우리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8년 한차례 실시한 사금융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사금융 시장은 1년에 16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했다. 당시 사채를 쓰는 사람은 190만명. 이 중 연체자 비율은 4분의 1수준으로 연체한 사람 중 3분의 1정도는 상환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것은 어디까지 표면적인 데이터다. 정부가 표본집단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더 이상 통계작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이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틈바구니에 있던 대부업체들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최고이자율의 연이은 인하 조치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2008년 금융위 조사 결과 16조5000억원이었던 사금융시장 규모가 현재 최대 30조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하로 숨어버린 대부업체를 추려내기 위해 ‘최저자본금제도 도입’과 ‘사업장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현재 등록만으로 누구나 대부업체 설립이 가능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대부업 영업을 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요건을 강화할 경우 아예 등록자체를 포기하거나 영세 대부업체들이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권은 최저자본금 기준을 1억원으로 제한하면 현재 1만2000여개의 대부업체 중 4000여개가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음성화된다는 점에서 대부업 등록요건 강화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말 1만4783개에 달했던 대부업체(대부중개업 포함)는 2011년 말 1만2486개로 6.7% 줄었는데, 업계에서는 줄어든 2297곳 대부분이 ‘무등록 대부업체’로 전환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법사금융을 근절할 대책도 없어 지하경제를 활성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권은 박 대통령의 불법사금융을 비롯한 지하경제 양성화가 일단 세수 확보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하경제를 축소해서 재원을 확보하고, 불법적인 거래를 동시에 막고자 하는 세수 확보와 소비자보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 고금리와 대출 사기, 빚 독촉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법사금융 척결 또한 시급한 과제다. 실제로 대표적인 서민금융지원 상품인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의 서민금융 지원 공급액은 수요액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5년간 이들 서민금융지원 상품을 통해 5년간 총 81만여명에게 7조3000억원이 지원됐다. 지난해 상반기 말 대부업 대출잔액은 8조4740억원, 불법 사채 이용액은 3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고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현상은 가계부채의 질 악화로 직결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신용리스크가 취약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저소득과 저신용 계층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생활지원 자금· 학자금 등 사회 안전망과 연관된 서민금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고용과 자산형성 연계대출 확대 등 서민의 금융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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