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힐링바람]웃음 사라진 증권가 "자신 돌아보고 동료와 소통할 시기"

입력 2013-03-0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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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취미활동으로 심적 안정해야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증권가에서는 직원들도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힘들 때 일수록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사진=이투데이DB)

저성장과 저금리의 늪에 빠진 증권가에 어두운 불황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증권사 61곳 가운데 국내 17개사, 외국계 7개사 등 모두 24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체 61개 증권사의 3분기 순이익은 113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6%나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증권가의 어두운 터널의 끝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탁매매 수수료율이 급감한데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의도 증권맨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당연한 순서다. 웃음소리 대신 한숨만이 들려오는 증권가에서 직원들은 무엇으로 힘을 얻고 있을까.

◇미미한 정신건강 프로그램… 동료가 힐링의 원천

고소득 직장이라는 증권사에서도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안 그래도 회사가 어려워서 인력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는 마당에 시간과 자금을 들여 직원의 정신 건강에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KDB대우증권의 ‘행복찾기 프로그램’, KTB투자증권의 ‘힐링캠프’, 신한금융투자의 ‘직원 안심상담’, 삼성증권의 ‘힐링마루’ 등이 증권사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직장 외부의 병원이나 정신 상담기관을 통해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직원들을 돕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신원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 선뜻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디에도 호소할 곳 없는 증권가의 정신 건강은 곪아가고 있다. 지난 2월에만 동부증권을 비롯해 증권사 직원의 자살 소식이 2건 들렸다.

경기가 어려워 힘들 때 믿을 것은 역시 같이 일하는 동료밖에는 없다. 증권사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대부분 실적에서 오는 만큼 이미 비슷한 상권, 영업 활동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영업 압박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인 것.

KDB대우증권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활발하게 직원이나 점포 간 영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다른 직원이나 지점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영업 활동의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것이다. 다른 점포의 영업 노하우를 적용해 거액의 법인자금을 유치한 지점도 나왔다.

지난 2005년 증권사에 입사해 리테일 영업 업무를 했던 한 중소형 증권사의 김모 과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영업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만 갔다. 이때 같은 지점 내 선배들의 조언으로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 과장은 “영업 실적으로 고민하고 힘들었을 때 선배들이 다가와 매매 패턴, 종목 분석, 고객 응대 기술 등을 꼼꼼히 체크해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며 “실적이 저조해 힘들 때 좌절하지 말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 상황을 여러번 경험한 회사 선배들의 조언을 체득하고 부드러운 언변으로 고객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내 동호회에 참석해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도 정신 건강을 지키는 한 방법이다. KTB투자증권 영업부의 이모 대리는 등산동호회에 가입해 심신의 스트레스를 털어냈다.

이 대리는 “지난해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식 영업을 하는데 어려운 분위기였다”며 “기분 전환을 위해 회사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고, 높은 북한산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걸으며 주식시장도 이와 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산에서 내려와 직원들과 함께 막걸리를 나누며 힘든 산행 뒤에 이런 시간이 오듯, 머지않아 시장도 나아질 거라며 서로를 격려했다”며 “이후로 주기적으로 등산 동호회에 참석, 심신을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본인 스스로 해결책 찾아야

동료를 통해 심신의 안정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거친 영업 환경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 빠른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영업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한 영업점의 김모 과장은 직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직원이다. 이런 김 과장도 과거에는 고객수익 창출이 어려워 영업 스트레스로 직업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꼈었다.

자신을 스스로 회사 부적응자로 인식하고, 손실을 입힌 고객들의 얼굴 보기가 두려워서 불면의 밤을 보냈으며, 출근할 때면 항상 두 발이 무거웠다. 심한 스트레스로 외부 상담센터와 연결된 회사 고민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다.

고민 끝에, 김 과장은 주식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로 영업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리크스 관리에 집중하며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잡고 장기적인 안목 확신으로 영업에 임했다. 큰 수익은 아니었지만, 작은 수익들이 조금씩 쌓여갔다.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모여들었고 김 과장의 자신감도 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시장은 천문학적인 자금들을 매일 접하다 보니, 웬만한 금액은 한낱 숫자로만 보이는 등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쉽다”며 “자본시장의 현란한 숫자 놀음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자신을 돌아보고 타 업종의 사람들과의 소통, 꾸준한 운동과 새로운 취미활동 등으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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