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쉐보레 트랙스… “작지만 꿀리지 않아!”

입력 2013-02-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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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리터 터보로 140마력, 작고 암팡진 디자인 눈길

트랙스는 이제껏 없던 차였다. 적어도 국내에선 그랬다. 배기량 1.4리터급의 SUV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2008 리먼쇼크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작지만 강한’으로 바뀌었다. 차종별로 배기량을 줄이면서 최고출력은 더 뽑아냈다. 터보와 수퍼차저 등 갖가지 과급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혼합기 대신 엔진에 직접 연료를 쏘아대는, 그래서 일반엔진보다 출력을 더 뽑아내는 ‘직분사 엔진’도 일반화됐다. 이른바 다운사이징이다.

▲트랙스는 1.4리터 터보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40마력을 낸다. 작고 암팡진 디자인은 도심과 자연 어디에 세워도 좋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SUV 다운사이징의 선두주자=이 무렵 배기량 2000cc 미만의 소형 SUV도 거론되기 시작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런 차종의 필요성이 언급됐고 국내에서도 앞다퉈 개발이 시작됐다. 르노삼성이 콘셉트카 ‘캡쳐'를 바탕으로한 QM3를 준비 중이다. SUV 명가 쌍용차 역시 코란도C의 아랫급을 개발하고 있다.

양산차의 첫 물꼬는 쉐보레 트랙스가 텄다.

트랙스는 GM 산하 다양한 브랜드로 팔린다. 물론 어느 회사냐에 따라 차 이름도 달리한다. GM이 북미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뷰익에서는 ‘앵콜’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유럽을 겨냥한 오펠은 ‘모카’라는 향긋한 이름으로 판매된다.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는 트랙스(Trax)라는, 다소 강렬한 이름으로 어필한다.

트랙스는 실제 수치보다 훨씬 커 보인다.

각 모서리를 향해 힘차고 반듯하게 뻗은 패널 때문이다. 하나같이 앞머리를 뾰족하게 뽑아내는 여느 SUV과 궤를 달리한다. 엔진룸을 높다랗게 끌어올려 전면부가 크다.

싹뚝 잘라낸 듯 평평한 얼굴도 개성이 넘친다. 차 크기가 작음에도 첫 인상은 차를 커보이게 한다. 이렇게 ‘얼굴이 큰 차’를 만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귀엽고 암팡진 디자인은 첫 눈에도 여심(女心)을 자극한다. 강하고 거친 SUV가 한 걸음씩 여성 운전자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딱딱하고 각진 SUV 디자인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뚜렷한 직선을 애써 모나지 않게 두드린 조형미가 뛰어나다.

트랙스는 이처럼 일반적인 소형 SUV와 분명 궤를 달리한다. 단순히 자로 잰 길이를 떠나 디자인의 요모조모가 큼직하다.

몇 걸음만으로는 부족하다. 트랙스트는 먼발치에서 바라볼 때 전체적인 균형미가 드러난다. 관광지인 제주도 일대를 달리다보면 멈추는 곳곳에서 주변의 시선을 단박에 끌어모은다. 차가 풍기는 자존감도 꽤 쎈 편이다.

▲경쟁차는 투싼ix나 스포티지가 아니다. 준중형차 고객 가운데 SUV를 추구하는 이들이 타깃이다. 새 모델을 충분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엔진 작지만 고속순항은 여유로워=큼지막한 도어를 열고 엉덩이만 살짝 비틀면 차에 쉽게 오를 수 있다. 차 크기에서 밀려오던 SUV의 거부감은 성큼 밀려난다.

실내는 차갑고 정돈된 느낌이다. 계기판 주변과 센터 스택에 제법 꼼꼼하게 메탈 그레인을 덮었다.

스티어링 휠과 칼럼식 기어 레버, 동반석 손잡이 등에는 거칠게나마 고급내장재를 덧씌웠다. 준중형차 크루즈, 미니밴 올란도와 함께쓰는 스티어링 휠도 이미 익숙한 디자인이다.

시트는 미국차임을 감안하면 제법 딱딱한 편.

쿠션이 튼실해 꽉 찬 느낌을 준다. 앞 시트도 팔걸이를 마련했다. 지루한 장거리 운전 때 슬며시 자세를 흩트리기 좋다.

최고급형 LTZ 모델이지만 시트는 반전동식이다. 앞뒤 슬라이딩은 전동식, 등받이를 기울일 때에는 수동레버를 당겨야 한다. 불편하다기 보다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줘야한다. 전반적인 실내는 베이스가된 소형차 아베오 느낌이 강하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4리터 터보 엔진을 얹는다.

애당초 GM에는 이렇게 작은 사이즈 엔진이 없었다. 유럽을 겨냥한 오펠이 소형 엔진에서 경쟁력을 갖춰온 정도다.

아이들링 때 엔진회전수는 700rpm을 밑돈다.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할 때도 엔진회전수는 1800rpm에 머문다. 애당초 1.4리터급이면 이 정도 속도에서 회전수는 2500rpm에 머물러야 정상이다.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트랙스는 비교적 낮은 회전수에서 순항을 이어간다. 적당한 힘을 갖춘 덕이다. 분명 고속도로 연비와 승차감에서 유리할 것이다.

▲트랙스는 본격적인 다운사이징 SUV의 시작을 알린다. 동시에 준중형 해치백과 SUV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경쾌하게 반응하는 6단 자동기어=출발과 함께 상대적으로 작은 엔진은 경쾌하게 돌아간다.

킥다운 때면 앞머리를 불끈 들어올리며 무섭게 전방으로 발사된다. 중속 이후에서 터보의 본격적인 추진력이 더해지면 가볍게 한계속도까지 치닿는다.

그러나 이 속도를 유지하기는 버겁다. 시속 100km 순항때에는 낮은 회전수에 머무르지만 이후 고속영역으로 빨려들어가면 회전수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치솟아 레드존(계기판의 엔진 회전한계)을 위협한다.

고속 순항때 연비와 승차감을 위해 최종감속기어를 낮췄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것은 5단기어의 경우 6단기어로, 6단의 경우 7단을 추가하는 효과를 얻는다. 같은 속도라면 더 낮은 회전수를 이용할 수 있고, 엔진에 무리도 없으며 연비가 좋아진다. 물론 승차감도 향상된다.

반면 고속에선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가 나가질 않는다. 기어를 낮추지 않는한(또는 킥다운으로) 고속도로에서 가속은 더디게 마련이다.

그러나 트랙스는 이 영역에서 엔진회전수로 밀어붙여 차를 가속한다. 배기량이 작은만큼 상대적인 부담은 덜하다. 고회전을 마음껏 휘두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다만 경쾌한 가속과 함께 동반되는 엔진소음은 견뎌야할 숙제다.

▲시속 100km로 순항할 때 엔진회전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1800rpm에 조용히 머문다. 소음과 연비, 승차감에서 한결 유리한 세팅이다.

◇다운사이징 SUV의 선두주자=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랜스미션은 이제 더 이상 변속기가 미끄러지는 듯한 이른바 ‘슬립’ 현상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GM은 충분한 개선의 노력을 더했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6단 기어는 각 기어단수마다 변속을 거듭하면서 제빠르게 다음 기어로 올라탄다. 동력전달도 즉각적이고 손실도 없어졌다.

그러나 자동차에는 언제나 ‘트레이드 오프’가 존재한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변속기는 슬립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거꾸로 고회전(4000~6000rpm)에선 예전에 없던 작은 변속 쇼크가 엿보인다.

이 쇼크가 경쾌한 엔진의 과격한 움직임인지, 자동변속기의 작은 충격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이 쇼크를 즐기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아가 미세한 쇼크 역시 실용영역이 아닌, 고회전에서나 드러나는 현상이어서 안심이다.

트랙스는 이래저래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제껏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다운사이징 SUV의 정수를 담았다는 점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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