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稅상속으로] 국세청에 사는 카멜레온

입력 2013-0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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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은 자신의 몸 색깔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일종의 보호색이다. 카멜레온의 보호색은 주위의 환경에 따라 색상을 바꾸면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을 은폐해 쉽게 먹이를 잡는데 사용된다.

국세청에도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띄고 있는 이들이 있다. 다만 이들은 피식자를 향한 보호색이 아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호색은 정기인사 시즌이 되면 절정에 이른다.

실제로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을 보면 보호색을 띄고 있는 수 많은 국세공무원을 마주할 수 있다.

인트라넷에서 직원 이름을 검색하면 맨 좌측에는 직원 이름, 사무실 연락처, 팩스번호, 그리고 비고란이 존재한다. 비고란은 해당 직원에게 부여된 업무와 심리상태 등을 자유롭게 기재할 수 있다.

그런데 인사 시즌이 되면 비고란에는 각양각색의 문구들이 즐비하다. 예를 들면 세무사 시험 준비 중, 체납과 전쟁 중, 육아휴직 준비 중, 출산휴가 예정이라는 등의 문구들이 가득하다.

본연의 업무를 기재하던 직원들도 인사 시즌이 되면 때 아닌 문구를 비고란에 채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세청(본청) 또는 지방국세청에서 행여 자신을 불러 들일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서다.

이는 직원 대부분이 그렇듯 승진이 전제되지 않는 한 국세청 또는 지방국세청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고생길이 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의 보직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보호색을 마련, 윗선의 레이다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책임감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쓰임새가 있는 인재인 데도 비고란에 기재된 문구를 보면 섣불리 불러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호색을 가진 국세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본·지방국세청에 들어가 고생하는 것은 결코 두렵지 않지만, 잉여인간(?)처럼 자리만 옮기다 승진의 기회를 영영 잃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고생이라면 본·지방국세청 보다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일선세무서가 낫다고 입을 모은다.

돌아보면 국세청 내 6급 이하 직원에 대한 승진 적체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종횡무진 일선과 본·지방청을 누비며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승진의 영광을 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카멜레온의 보호색을 빌어 본의 아니게 본·지방청 전입을 회피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다.

이제 국세청은 (국세청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6급 이하 직원들에게 본지방청 전입을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에게 내재된 열정을 깨우고, 세정업무의 세련미와 효율성을 꾀할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국세청은 분명 국세청장 이하 수 십명의 고위공무원과 일선세무서장들이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그 조직에 생명을 불어 넣고, 윤택하게 하는 이는 바로 6급 이하 직원 1만7363명(2012년 9월28일 현재)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을 은폐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색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비고란에 회피의 문구를 채울 수 밖에 없는 6급 이하 직원들의 보호색을 말끔히 걷어 줄 수 있는 국세청 인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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