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세태공감] 이상한 박스오피스 집계 방식

입력 2013-02-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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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유료 시사가 박스오피스에 반영, 순위 집계가 되는 점을 노린 꼼수가 영화 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베를린’이 개봉 첫 주에 200만명 관객 동원을 하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스오피스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궁금증이 생긴다.‘베를린’은 개봉 전 이미 13만8691명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후 출발했다. 개봉 전날인 29일 오후 전야 이벤트의 수혜를 입은 탓이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개봉 첫 날 누적관객수 4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베를린’ 뿐만 아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주지훈 주연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개봉 전 누적관객수가 이미 8만5039명으로 집계된 바 있다. 당시 ‘도둑들’의 흥행세를 따라잡고자 펼친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7번방의 선물’은 개봉 전 2만4000명으로 시작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영화들이 최소 1만명에서 13만명까지 누적관객수를 갖고 개봉 첫날을 맞이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료 시사회 관객수가 박스 오피스에 집계되는 탓이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은 자동 집계 시스템인 탓에 개봉 전, 후 구분 없이 유료 발권되는 모든 티켓에 대해 집계한다고 설명했다.

유료 시사회의 경우 관객의 순수한 관람보다는 기업의 마케팅 의도가 짙게 개입하기에 문제가 된다. 유료시사회 때 관객의 주머니에서 티켓값이 나오는 일은 드물다. 각종 이벤트 등의 명분을 붙여 대규모 시사회로 치러지기 일쑤다. 지난해 1000만명 관객 동원의 신화를 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개봉 직후 1+1 이벤트를 통해 ‘무리한 1000만 관객 기록 꼼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광해’가 내 건 이벤트에 참여한 유료관객 1명에게 무료 티켓을 한 장을 더 줘 관객 몰이를 했다. 따라서 이벤트 주최사에서 구입한 티켓은 고스란히 박스오피스에 반영돼 1000만 관객 동원 기록에 일조했다.

편법이 동원된 유료 시사회를 통해 누적관객수를 부풀리고 박스오피스 순위를 높여 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에 혼선을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화같은 문화상품의 경우 타인의 소비량이 내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출간 출판사에서 편법으로 사재기를 해 인위적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과 같다. 유료 시사회 역시 일부 기업의 사재기 마케팅으로 전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영화계는 제작부터 배급까지 수직계열화 돼 있는데다 특정 대형 업체의 독과점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하루 먼저 개봉하는 꼼수와 박스오피스 집계를 노린 대규모 유료 시사회 등은 일부 대형 제작사의 영화에 유리하다. 자본에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대형 제작사들이 유료 시사회 마케팅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꼼수와 편법을 동원하는 대형영화사가 유료시사회 마케팅으로 박스오피스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에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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